지난달 9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하수관로 개량(교체)공사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고용 당국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고책임자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서 동대문구청이 발주(도급)한 이 공사에서 작업자 2명이 흙더미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사망했다.
4일 서울시의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경찰은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법을 위반했는지 동대문구청과 시공업체를 수사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업체는 5인 이상 사업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또한 발주(도급) 기관인 동대문구청은 관내 하수시설물을 유지·관리하는 곳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공사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까지 확대 적용됐다.
노동청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내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공사 업체를 조사했고 구청이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적으로 이런 종류의 하수관로 공사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법상에는 발주자의 의무가 있다. 사안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경찰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노동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같이 수사를 한다. 만약에 법 위반이 확인되면 검찰 단계에서 병합돼 (기소)처분이 내려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 A자치구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노동당국은 시공업체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지자체는 사고 직후 안전매뉴얼을 강화하고 사고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대문구청은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치수과에서 발주를 했던 공사다.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 시공사이기 때문에 고용부와 경찰 쪽에서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발주(도급)한 곳이 면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청의 해당부서 팀장을 참고인으로 부른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동대문구청의 주장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필형 구청장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구청이 도급(발주)기관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다 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구청으로 위임된 업무가 아닌 직접 관리하는 업무라면 당연히 (동대문구청장을) 기소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관장이나 법인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이제 상시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이냐를 봐야 한다. 구청이 관리 및 감독의 의무가 있는 곳이라면 안전망 설치라든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했어야 한다. 관리·운영하는 사업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