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 내 노조위원장 해임 사태를 둘러싸고 노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내부적으로 감춰졌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노조는 노조위원장 해임 조치 자체가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5일 “내부의 곪아 있던 문제에 대해 노조가 계속 이의를 제기하자 노조위원장에 대해 보복성 해고를 했다”며 “해임 조치도 징계 당사자 출석 없이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쿠키뉴스에 밝혔다.
사측은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임 조치 이유에 대해선 “아직 재심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지금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체육산업개발 노사 갈등은 지난해 초 광명스피돔(국민체육진흥공단 돔 경륜장) 미화 매니저가 정년퇴직한 뒤 ‘내부에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외부 채용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노조에 따르면 경륜지원팀 채용 관련 지원 자격 요건에는 ‘미화분야’ 조직관리 등 총괄업무(반장⋅소장) 경력 3년 이상이 포함돼 있었는데, 채용 공고에는 ‘고객관리 업무 경력 3년 이상’으로 더 포괄적인 조건이 명시됐다. 미화 매니저 채용 공고에 미화 분야라는 언급과 총괄업무(반장⋅소장)에 대한 자격 요건이 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사업장에 근무하던 경비 주임이 채용되자 미화 직원들이 강력 반발했다.
광명 미화 직원 일동은 “내부에서 이미 매니저 직무대행을 하고 있던 적임자가 있었음에도 외부 채용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미화 업무 경험이 전무한 경비 주임이 채용됐다”고 노조를 통해 회사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대형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붙는 등 문제가 커지자 사측은 채용된 미화 매니저를 타 근무지로 발령하고, 기존 매니저 직무대행을 하던 직원에게 정식 직책 수당을 지급하며 미화 매니저 역할을 계속 하도록 했다. 해당 채용 공고를 냈던 인사팀장과 책임자인 경영지원실장은 타 부서로 전환 배치됐다.
이에 대해서도 사측과 노조 측 입장은 팽팽히 대립한다. 사측 관계자는 “한국체육산업개발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직원이 1500명에 달한다”면서 “1년에 한 번 공정 채용 감사를 받게 되는 기관인데, 규정대로 진행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미화 분야에 대한 문구를 넣어서 공고를 냈으면 감사에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회사 간부들의 ‘갑질’ 행위를 신고한 직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회사에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대표적으로 A 팀장과 B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거론된다.
노조 측은 “A팀 팀장은 업무상 필요성에 의해 팀원이 시간 외 근무 관련 문서를 올리면, ‘네가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 하는데. 뭐 할 게 있나’라는 식으로 핀잔을 주고 시간 외 근무 대신 주말에 하루 출근해 일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B팀 팀장은 자녀가 있는 여직원이 육아 관련 사유로 회식에 불참한다고 하자, ‘그러게 애는 왜 낳아서 그러냐’고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가 사실 확인을 거쳐 해당 팀장들과 피해 직원의 분리 조치를 요구하면서 또 한 번 사측과 충돌했다. 사측은 “조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면 분리를 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고, 노조 측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사안은 1차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하는 게 원칙”이라고 맞섰다. 결국 회사 측은 A, B 팀장 모두 타 부서로 전환 배치했고, 이후 경징계(견책)를 하는 것으로 사안이 마무리됐다.
노조 측과 갈등을 빚던 사측은 직원들의 친목 단체인 ‘사우회’ 관련 문제를 이유로 노조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사측은 사우회에 위탁한 ‘공연 관람 상품 판매’ 건에 대해 감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노조는 회사와 별도 조직인 사우회에 회사의 사무를 위탁할 권한이 없고, 사우회와 위탁계약에 의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감사가 아니라 민사상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맞섰다.
감사 과정에서 사측의 ‘고발 사주’ 의혹도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감사의 단초를 제공한 ‘제보자’가 민원을 넣기 전 감사실장과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어 감사실장이 직접 당시 인사팀장과 제보자를 연결해준 정황도 드러났다”며 “전 인사팀장은 제보자에게 녹취 프로그램 사용 방법 등도 알려주는 등 고발을 사주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어 “감사실장이 전 인사팀장과 함께 제보자에게 민원을 넣도록 유도하고 ‘셀프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 시작 단계부터 잘못된 표적 조사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실장과 전 인사팀장 모두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전 인사팀장은 “민원을 제기하려는 사람이 고충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길래 도와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두 사람 중 전 인사팀장만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에 따른 자체 조사를 받고 있고, 감사실장에 대한 감사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감사실장과 인사팀장이 제보자와 통화한 녹취록은 노조를 통해 들었는데, 그렇다고 절차 없이 바로 인사 조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감사와 관련된 사안은 대표가 개입할 수 없고, 보고조차 받지 못하게 돼 있다”며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편 전 인사팀장이 노조 사무국장에게 욕설⋅협박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는 민원이 문체부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 사안은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실로 배정됐는데, 동일 사안에 대한 조사를 한국체육산업개발 노무복지팀이 진행하고 있어 중복 감사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다시 한국체육산업개발 소관으로 돌아갔다.
한국체육산업개발 노무복지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저희 팀은 감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 등 외부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지난달 27일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 없이 3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조위원장에게 해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노조 측은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