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이 100억원 가량을 횡령해 경찰과 금융감독원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은행에서는 해당 직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횡령금액 회수에 나설 계획이지만 회수율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해서부경찰서는 김해 우리은행 한 지점에서 1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30대 직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올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십여 차례에 걸쳐 대출금을 빼돌린 후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12일부터 은행검사1국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본점과 지점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도 특별검사팀을 급파해 조사 중이다. 이후에는 구상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이 A씨가 투자를 통해 6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한데다, 횡령 기간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짧지 않아 자산을 은닉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전액 회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상 고객 자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은행이 피해 금액을 자체적으로 돌려주는 일종의 ‘비용 처리’를 먼저 한다. 이후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횡령 직원이 은닉한 자금을 찾아내면 보전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때 은행이 보전 자금에 대해 구상권청구소송을 하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이를 받아오는 방식이다. 직원 명의 재산을 가압류한 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횡령 금액 회수율은 결국 횡령 직원의 은닉 자산 규모에 달려있다. 경남은행에서는 지난해 2988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이는 빼돌린 자금으로 수차례 ‘돌려막기’한 금액을 단순 합계한 것으로 실제 경남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으로 집계됐다. 경남은행 측은 300억원 이상(회수율 62% 수준)을 회수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골드바와 현금, 귀금속 등 현금성 자산 151억원 상당을 증거물로 압수했고, 은행 측도 이씨와 가족 등이 보유한 부동산, 예금, 차량, 회원권 등 은닉 자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결과다.
경남은행의 회수율은 높은 편에 속한다. 은행권 횡령사고 회수율은 평균 10%가 채 안 된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은행 14곳 중 10곳에서 총 83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평균 16.6건이 꾸준히 발생해 왔다. 전체 사고금액 대비 회수금액은 7.04% 수준이다.
은행별로 횡령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732억20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뒤이어 △하나은행 57억6000만원 △IBK기업은행 29억2100만원△ NH농협은행 28억8000만원 △SC제일은행 14억원 △신한은행 5억6000만원 △KB국민은행 3억원 △수협은행 2000만원 △수출입은행 1000만원 순서다.
회수율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횡령 사고 금액 732억원 가운데 약 8억원을 회수해 회수율 1.12%에 그쳤다. 회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수출입은행과 수협은행으로 모두 100% 전액 회수했다. 이어 △ 신한은행 89.29% △ 하나은행 70.31% △KB국민은행 30.00% △SC제일은행 23.57% △IBK기업은행 5.51% △NH농협은행 5.21% 순이었다.
회수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거액 횡령사고 사례의 경우, 횡령된 자금이 보통 주식, 코인, 선물 등의 투자금으로 유용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대부분 손실로 이어져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령사고가 한번 일어나면 은행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저하된다. 직원 처벌이나 횡령금액 회수 등 사후 대처보다, 사고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임직원 인식 제고와 교육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