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마저 거절한 8만명,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다

대부업마저 거절한 8만명,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다

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 발표

기사승인 2024-06-19 14:32:54
서민금융연구원 제공.

제도권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대부업체들마저 대출을 거절하면서 불법사금융에서 돈을 빌리려는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부업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개인신용평점 하위 10%) 인원이 약 4만8000~8만3000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3만9000~7만1000명)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늘면서 조달 자금도 늘었다. 이들이 지난해 불법사금융 시장에서 빌린 자금은 최대 1조4300억원으로 전년(최대 1조23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또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 2월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13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약 50%가 1년 기준 대출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연 1200%를 초과하는 이자를 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6%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사금융을 두드린다는 응답 비율이 77.7%에 이른다는 점이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가 법정최고금리(20%)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이후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아예 문 닫는 곳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등록 대부업자는 8771곳으로 반년 새 47개 줄었다.

서민금융연구원 제공.

서민금융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74.1%로 1년 전보다 6.1%p 증가했다. 실제 신용평점 하위 10%(신용등급 기준 7등급 이하)의 대부승인율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22년 10.4%에서 지난해 5.4%로 꺾였다. 100명 중 95명은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부업 활성화를 통해 저신용자의 금융 소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민금융연구원의 제언이다. 대표적으로 수신(예금) 기능이 있는 금융사와 대부업 등 비수신금융사간 최고금리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이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묶인 뒤 대부업체들이 잇따라 영업을 축소하고, 대출 문턱을 끌어올리면서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 저신용자가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어서다.

불법사금융 금리수준은 신용등급 등과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소득 400만원 이상 이용자도 전년 15.0%에서 올해 20.7%로 늘어났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토대로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대부업 활성화를 통한 금융소외 해소를 꼽았다. 대부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가 달라지는 ‘시장연동형 금리상한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또 예금수취 금융회사와 대부업 등 비수신 금융회사 간 최고금리규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소액대출의 경우 금리상한을 더 높게 차별화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불법사금융 이동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 피해예방과 젊은 층에 대한 금융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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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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