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고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Value-up·가치제고) 프로그램’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시에서 은행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주는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이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대표주로 꼽힌다.
KB금융은 3일 전 거래일(8만3200원) 보다 1.44%(1200원) 오른 8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8만89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신한금융도 전거래일 대비 3.23%(1600원) 오른 5만1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나금융은 전일대비 2.7%(1700원) 오른 6만4600원에, 우리금융지주는 1.1%(160원) 오른 1만4640원에 거래를 마쳐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주 주가 상승에 자사주를 사들였던 금융권 CEO들의 수익률도 상승했다. 통상 시장에서는 경영진이 직접 대량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을 주가 방어, 책임경영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의지로 받아들인다.
4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CEO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단순히 물량으로만 비교하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1만8937주로 가장 많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1만132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1만주, 양종희 KB금융 회장 5914주 순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3월, 3억8500만원을 투자해 KB금융 주식 5000주를 매수했다. 주당 7만7000원이다. 3일 종가와 비교하면 양 회장의 투자 수익률은 9.61% 수준이다. 양 회장이 매입한 시점에는 이미 KB금융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후라 상승률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6월 1주당 3만4350원씩 5000주를 매입했다. 1억7175만원을 들였다. 신한금융은 당시보다 주가가 48.76% 상승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지난 4월 5000주를 주당 4만2000원에 추가 매수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9월 하나금융 주식 1000주를 3만9500원에 매수했다. 현재 총 2100주를 보유 중이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이 행장이 매입한 시기와 비교해 63.54% 상승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0년 추가로 5000주를 2만4400원에 매입, 현재 1만132주를 보유하고 있다. 함 회장 매입 당시 주가와 전날 종가를 비교하면, 수익률은 164.75%에 이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6개월 뒤 우리금융 주식을 1만주 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1만1880원으로 총 1억1880만원 규모다. 매수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금융 주가는 23.23% 올랐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금융주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와 함께 역동경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기업 밸류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방안이 담겼다.
우선 정부는 과거보다 5% 넘게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더 소각한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년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분보다 5%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를 5% 세액공제 해주기로 했다. 주주도 소득세 혜택을 받게 된다. 법인세 세액공제를 받은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주는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이 14%에서 9%로 낮아지고,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종합과세하거나 2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CEO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거고, 여기에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면 주주환원도 탄력을 받는다. CEO 자사주 매입과 주주환원은 결국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밸류업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한 데다, 실적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 실적발표때 추가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환원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해 공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