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서울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이자 ‘사회학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곁엔 늘 책이 있다. 독서는 단순히 활자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며, 교양시민이 되는 길이라 여긴다. 반전이 있다. 그런 그도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은 거의 없었다. 부모와 달리 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자녀를 보며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컸다. 가정·학교·도서관·마을이 함께하는 독서 프로그램인 ‘북웨이브’ 캠페인엔 이러한 반성이 담겼다.
조 교육감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쿠키뉴스 인터뷰에서 “북웨이브 캠페인은 부모와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명분과 계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정·학교·마을’ 잇는 독서 물결을
학생들의 독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들의 연결이 독서 물결로 이어져 학교 울타리를 넘어, 서울시 전역에 퍼지길 바라는 기대로 시작된 것이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북웨이브’ 캠페인이다.
앞서 서울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미 ‘서울형 독서·토론 기반 프로젝트 수업’ ‘서울형 심층 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 ‘아침 책 산책 프로젝트’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 다만 개별 학교 단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늘 아쉬움이 있었다. 조 교육감은 “북웨이브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독서활동의 틀을 깨 새로운 관점에서 책 읽기를 바라보고, 새 의미를 내세워 독서를 즐기지 않던 이들까지 끌고 오겠다는 전략이다.
“아이 손 잡고 서울시 22개 도서관에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가 보세요. 책을 꼭 읽지 않아도 아이 곁에 앉아 있거나 다른 활동을 해도 좋습니다. 한 공간에서 아이와의 친밀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를 ‘독서교육 서포터즈’로 초대했다. ‘아이와 함께 하루 10분씩 책 읽기(초등), 한 달에 한 번 아이와 도서관 방문(중등), 한 학기에 한 번 아이와 서점 찾기(고등)’를 부탁했다. 하루 10분, 100일간 아이와 함께 독서하는 ‘100일 챌린지’가 지난 5월25일부터 9월7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 4671가족 2만5039명이 참가했다.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100일 챌린지, 학교에선 ‘아침 책 산책’ 프로그램 등, 학교 밖에선 ‘북크닉’과 같은 다양한 행사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조 교육감은 북웨이브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 “독서 활동과 독서 행사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부모 서포터스와의 만남 자리에서 점점 대화가 빈곤해지는 가정에 책이 대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난 5월 경희궁 공원에서 ‘파도파도 재미있는 책 읽기’ 행사를 했는데 1만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상당히 관심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다”고 했다.
북웨이브, 문해력 해결의 열쇠
조 교육감은 독서 및 토의의 활성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문해력 저하와 고립·은둔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지덕체를 갖춘 전인격적 인재로서의 발달과 교양시민이자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그는 “비대면·디지털 문화가 확산하고 개인화가 강해지면서 고립화되는 경향이 생겼다”며 “소통과 협력은 우리 시대의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화, 협동 등) 결핍이 있어 학생들과 부모가 하나의 공통 소재를 가지고 토론해 보는 것이 고립화를 벗어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독서 관련 다양한 활동에도 근본적으로 학부모와 자녀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기 힘들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동의했다. 학교나 서점 등에서 ‘추천 도서 리스트’를 내고 있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추천 도서가 베스트셀러에만 의존하거나 추천 이유와 기준을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독서해야 할지 꽤 막막할 때가 많을 수 있다”며 “학교급에 맞춰 북웨이브에서 추천하는 도서 리스트, 학부모 독서 교육 연수 등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북웨이브의 다음 행보는 캠페인을 제도화해 일상화된 독서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금은 북웨이브가 스페셜 프로그램같지만 독서가 일상이 되는 루틴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런 활동들로 학생들이 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성장하면서 책 읽는 문화와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북크루(독서 소모임) 지원과 북피크닉 행사, 운동부 학생들을 위한 책 읽기 프로그램과 같은 맞춤형 ‘북웨이브’도 구상 중이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도 야외도서관 등 오랫동안 독서 진전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공공도서관과 민간의 작은 도서관들도 독서 활동을 진행하면서 각각에서 책 읽기 운동이 확산해 왔다. 이런 활동과 학교 독서를 연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서울이 문화, 독서 공간으로 지속되고 지역의 작은 서점이 생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