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가 멀티플렉스 극장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한 가운데 극장 측이 이를 반박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영화인연대는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이하 극장 3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취지로 공정위에 고발했다”고 알렸다. 이번 고발은 영화인연대와 참여연대가 함께했다.
연대는 극장 측이 영화배급사와 제작사에게 각종 할인과 공짜 표 등 홍보 활동으로 발생하는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고 했다. 2023년 기준 극장 3사의 스크린 수는 전국 멀티플렉스 스크린 중 98%를 차지하고 있다. 연대 측은 “극장 3사는 팬데믹으로 인한 수익 악화를 근거 삼아 세 차례에 걸쳐 푯값을 급격히 인상했다”면서 “이에 따라 관객 수가 줄자 대작 영화 중심의 양극화와 스크린 독과점이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푯값과 함께 문제 삼은 건 극장의 불공정 정산이다. 표를 팔아 발생한 매출을 투자·배급사(제작사·창작자 수익 포함)에 분배하는 과정에서 할인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연대 측은 “세 차례나 푯값이 올랐지만 객단가(영화표 평균발권가격)는 오히려 2022년보다 낮아졌다”면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창작자 등 영화생태계의 수많은 구성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극장이 중소배급사에 푯값을 할인하며 발생한 비용을 떠넘겼다고 호소했다.
연대 측은 이번 공정위 신고가 한국 영화산업 복원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본다. 이외에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홀드백(상영한 영화를 타 플랫폼에 팔기까지의 유예 기간) 회복을 위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연대는 극장 불공정 정산 문제 해결과 한국영화 생태계 회복을 위한 영화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에는 극장이 계열 배급사를 밀어주고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이윤을 끌어모아 중소배급사와 제작사·창작자를 옥좼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조사 착수와 국회·정부에 영화산업 관련 예산 확대 및 지원금 복구 등을 촉구했다.
한편 영화인연대의 기자회견 내용에 관해 한국상영발전협회(이하 상영협회)는 “영화인연대가 주장하는 불공정 정산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화관 이익단체인 상영협회 측은 “영화 시장은 그 어느 업계보다도 투명한 시장”이라며 “고객이 영화관에서 발권하는 순간 발권가액이 영진위 통합전산망으로 넘어가며, 극장은 이 발권가액을 중심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영협회 측은 영화인연대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이들은 “극장에서 시행하는 할인마케팅 또한 배급사와 논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통신사 및 카드 할인으로 극장이 보전받는 금액 역시 배급사와 공정하게 정산해 배분한다”고 반박했다. “표준 영화상영기본계약서에 따라 부금 정산 시 정산에 필요한 세부 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객단가 역시 2019년 8444원에서 2023년 1만80원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문제 해결 논의보다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불필요한 논쟁이 일어나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