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강조한 내용은 ‘부채’였다. 김 매정자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의 근간은 “과도한 부채가 쌓인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병환 내정자는 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취약 부분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내정자는 국내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영업자·소상공인 △가계부채 △제2금융권 등 총 4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크게 보면 국내 금융시장에 이런 리스크들이 쌓이는 건,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채에 의존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금융위원장 내정자 신분인 만큼)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긴 어렵다. 양해를 부탁한다”고 선을 그었다.
가계대출은 최근 금융당국이 비상대응에 나설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708조원)은 지난해 말보다 2.3%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의 경우 같은기간 6조원가량 늘어 지난해 10월(6조7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폭을 보였다.
김 내정자는 “중요한 건 시장과 경제에 큰 충격 없이 영향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시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을 집중해 들여다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횡재세·금투세 반대…시장에 부정적 영향
김 내정자는 이날 22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언급되는 ‘횡재세’와 ‘금투세’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김 내정자는 횡재세에 대해 “시장의 원리에 반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며 “다른 방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의 경우 “(기재부) 1차관으로 있으면서 세재 담당을 했지만 자본시장의 활성화 측면과 기업과 국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관점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 기업·소액주주가 같이 성장하게 하겠다는 게 취지다”라며 “자본시장 활성화나 기업들이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부채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넘어 기업들이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계획을 좀 더 다듬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과 관련해선 “아직까진 짚어봐야 할 문제”라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아직 시행이 안된 만큼 관련 법이 안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금융위원회 ‘세대교체’론과 금융감독원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내정자는 “기획재정부에서 1차관으로 근무하고 있을때도 구조가 비슷했다. 대부분 국장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며 “하지만 과정에서 어려움은 전혀 느끼지 않았던 만큼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과는 비서관과 차관으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업무 협의 많이 하게 됐고 아마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도적으로 협력하고 함께 가야 하는 기관들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내정자는 4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직후 청문회 준비단과 만나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청문회 준비단은 총 15명 안팎으로 구성됐으며 준비단장은 권대영 사무처장이 맡고 있다.
청문회는 이달 말 준비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