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과문자 공방전’에 與 당권 향방은…대통령실 ‘당혹’

김건희 ‘사과문자 공방전’에 與 당권 향방은…대통령실 ‘당혹’

與 의원들, 韓 사과 촉구…22대 총선 전략 질타
박상병 “대통령실 추가 경고 메시지로 논란 잠재워야”

기사승인 2024-07-10 06:00:48
김건희 여사(왼쪽부터)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건희 여사 사과문자 무시 공방전(문자 공방전)’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불개입 원칙’을 내세웠지만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문자 공방전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내에서는 한 후보가 22대 총선의 핵심적인 문제를 외면한 만큼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권성동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패배 후 당을 수습하고 새 비전으로 경쟁해야 할 전당대회가 김 여사의 문자 공방전으로 파괴적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며 “한 후보의 사과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제기하는 김 여사의 진정성 여부와 공사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총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비대위원장은 모든 것을 시도했어야 한다.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2대 총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는 총선백서TF 위원장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한 후보를 강하게 질타했다. 22대 총선의 핵심적인 변곡점인 김 여사 사과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이) 총선의 변곡점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사과문자를) 왜 이렇게 처리했냐”며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면 20석 이상은 우리에게 더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자 공방전이 당심에 큰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문자 공방전이 당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한 후보의 팬덤과 이를 비판하는 지지층이 갈라지고 있다”며 “한 후보의 정치활동과 팬덤을 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후보의 행보가 겹쳐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TV 조선의 보도로 김 여사의 사과문자 내용이 상세히 공개됐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다섯 차례의 사과 문자를 보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식사나 통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자 공방전’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이 갈라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후보가 같은 날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배신자’와 ‘한동훈’을 연호하는 소리가 맞물렸다.

용산 대통령실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실 ‘사과문자 무시 공방전’에 당혹…“추가 메시지 필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던 대통령실은 문자 공방전에 휘말리자 전당대회에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겠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처음 언급된 사건임에도 이례적으로 사흘 만에 성명을 냈다.

대통령실이 초기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거리를 두는 이유로 ‘윤심’ 문제가 꼽혔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 문제로 당무개입 의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22대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정부 심판론’인 만큼 윤심 공방 자체가 대통령실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 일체의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았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지난 6월에도 윤 대통령에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윤심’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실은 모두를 똑같이 대우했다고 선을 그었다. ‘채상병 특검법’ 수용 여부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는 대통령실이 재차 강하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확실하과 명확한 행동을 통해 당권주자들의 ‘사과문자 무시 공방전’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문자 공방전은 결국 일대일 대화를 공개한 것이라 출처를 두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전당대회까지 침묵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통령실이 적극 전당대회 개입은 없다는 메시지를 추가로 내야 한다. 그래야 당권주자들이 이를 선거용으로 쓰지 않는다”며 “메시지 내용은 정중하면서 단호하고 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후보들도 국면을 바꿔서 ‘비전 경쟁’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당내 후유증이 남게 될 것”이라며 “누가 당선된다 해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함께 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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