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롯데손보의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상시 매각 계획을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 몸값이 여전히 높다며 ‘오버페이’ 부담을 줄여야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달 JP모건의 주간으로 롯데손보의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우리금융그룹이 불참하고 외국계 투자자 1~2곳만 참여했다.
상시매각은 특정 기간 매각 의사를 시장에 공개하고 언제든지 투자자들의 매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언제든지 인수자가 나타나면 팔겠다는 것이다.
상시매각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먼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잠재 매수자와 관계를 지속하고 넓게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으며, 여러 투자자를 유치해 매각 조건을 유리하게 책정하고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들이 없어 매각이 지지부진할 경우 M&A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특히 롯데손보의 경우 본입찰을 진행한 후 상시 매각으로 전환한 상황인 만큼 매물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 보이는 모양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매각 과정에서 우협대상자인 우리금융이 빠져나간 뒤 상시매각으로 전환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조건 합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장에서 예상한 것 보다 높은 가격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였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의 롯데손해보험 적정 가격은 약 1조원 중반대에서 2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구주 7182만여주를 3734억원(주당 5199원)에 사들인 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억6725만여주를 3562억원(주당 2130원)에 인수했다. 총 7300억원을 들여 지분 77%를 확보했으며 주당 평균 단가는 3052원이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전체 시총은 연중 최고가였던 1조2400억원에 경영권프리미엄 60%를 더할 경우 매각가가 2조원이 된다. 다만 현재 매각 불발이 되면서 전체 시총이 8900억원으로 내려온 것을 감안하면 매매 적정가격은 1조5000억원선으로 낮아진다.
롯데손보의 매각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JKL파트너스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현재 롯데손해보험의 건전성 지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롯데손해보험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 조치 전 기준 150.76%로 지난해 말(174.83%)과 비교해 24.07%p 감소했다.
경과 조치 후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213.20%에서 지난 1분기 185.92%로 27.28%p 떨어졌다.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면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본 등을 늘려야 한다. 이 경우 JKL파트너스는 추가적인 자본을 롯데손해보험에 투입해야 한다.
다만 JKL파트너스에서 롯데손보를 ‘급매’할 가능성은 낮다. JKL파트너스는 오는 10월 만기인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 작업과 롯데와의 브랜드 사용 기간을 연장하면서 시간에 쫓겨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일 “이번 매각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손해보험사 매물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한 곳뿐”이라며 “상시매각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협상 여지가 있게 되면 금융지주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