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 직후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뒤 1년6개월 가까이 금리를 묶어두고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한 것은 금통위원 전원일치 결정”이라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 가계부채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요인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가 이날 다시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환율과 가계대출, 부동산 불안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계대출이 급증세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000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도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집값 상승이 5월 이후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5월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봤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게 중요한 만큼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 폭 하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거란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의 금융통화위원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라며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가운데 2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통화정책은 현재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 시 나타날 수 있는 상충관계를 고려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