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에 금융당국이 은행권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부터 내달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현장 점검을 시작한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는 은행의 DSR(스트레스 DSR 포함) 등 대출규제 준수 여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은행권 주담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주담대 증가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새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당초 올해 연간 가계대출 목표 증가비율을 2~3%로 설정했으나 이미 일부 은행은 이 비율을 넘어선 상황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도 상반기에 주담대 증가폭이 컸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 가장 먼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p 인상한 데 이어, 11일부터 대면·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p 추가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각각 0.1%p씩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p 높였고, 9일 부터 케이뱅크 역시 아파트담보대출 갈아타기 상품 중 주기형 금리(5년 변동)를 0.1%p,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15%p 각각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상품의 금리를 오는 15일부터 0.05%p 올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8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그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지목되자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와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50년 만기 주담대가 만기가 길어지면서 한도가 늘어나는 점을 이용한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지목됐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지난해 1~8월까지 총 8조3000억원 규모가 공급됐다. 대출 받은 연령대도 논란이 됐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40∼50대 비중은 57.1%였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도 12.9%에 달했다. 반면 20~30대는 29.9%에 그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0대 고령자에게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한 시중은행에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결국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는 등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DSR 규제 계산시 사용되는 산정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조절을 위해 은행권 현장점검과 함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DSR 제도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가계부채 관리 규제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DSR 적용 예외를 줄여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