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경영전략으로 ‘내부통제’를 주요 화두로 꺼냈다. 상반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횡령사고를 겪은 데다가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던 디지털 혁신 등 미래 먹거리 방안도 다시금 나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날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발생한 우리은행 영업점 금융사고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신념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에 나서 달라”며 “리스크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관련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해 어려운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우리금융에서 연이어 발생한 횡령사고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우리은행에서 기업개선부 직원 A씨가 700억원대의 횡령을 저지른 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24년 6월 김해금융센터에서 지난달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또 터지며 내부통제 실패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임 회장은 “14개 자회사 모두가 우리금융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온 힘을 다해 분투해 나간다면 시장과 고객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으며 선도금융그룹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제가 항상 맨 앞에서 함께 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BNK금융그룹도 ‘내부통제’를 하반기 주요 경영전략 키워드로 내세웠다. BNK금융은 11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금융사고는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재발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는 엄정조치할 것”라며 ‘금융사고 예방’과 ‘준법·윤리의식 고취’를 강조했다.
BNK경남은행도 그룹사의 방침과 동일한 ‘금융사고 예방’을 강조했다. 예경탁 은행장은 “금융사고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내부통제가 모든 업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영업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인식 전환과 성숙하고 냉철한 주인의식이 토대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혁신 가속화’를 하반기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지위를 차지한 신한금융이 호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분야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고객 중심 사고로부터 시작되고, 우리의 성과는 고객이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며 “혁신 선도기업들의 모습에서 받은 자극으로 신한의 혁신 DNA를 다시 일깨우고, '고객 중심'을 통해 일류 신한으로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를 섭외해 특별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영포럼의 연사로 경쟁사 CEO를 초청하는 것은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경쟁사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본받고 배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고객 신뢰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내부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규범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업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결국 ‘고객에게 선택받는 은행’이 되기 위함”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 정확하게 해결하고 남다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KB금융은 이달 19~20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KB금융도 고객신뢰 회복를 위한 사회적 역할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 초 상반기 그룹 경영진워크숍에서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KB의 시대적 소명”이라며 “모든 순간 고객과 연결돼 최고의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은 오는 22일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하나은행은 그룹이 상시 전략 회의를 열고 있어 별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