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재판 피고인신문을 앞두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예정된 피고인 신문절차가 무산됐다.
16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씨의 선거법 위반 12차 공판기일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요청한 피고인신문에서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재판부는 지난 11차 공판에서 형사소송법 296조2(피고인신문)에 따라 이날 김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이날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신문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계속해서 반복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거부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권위 권고 결정도 있었다”며 “일반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안 하겠다고 하면 이를 생략한 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전면적으로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피고인신문이 진행돼) 반복 질문을 할 경우 인권위에 제소할 계획까지 있다“면서 ”재판에 영향을 주겠다기보다는 잘못된 사법 관행이 있다면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조인으로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선례를 만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게 변호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사가 "지금 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말씀하는 것 자체가 피고인신문을 못 하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법상 허용된 절차 범위 내에서 신문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는 "피고인이 부인하는 것, 그 주장의 모순성, 상식에 부합하는지 등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종합해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법상 ‘신문을 안 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거부할 수 있다’로 되어있다. 변호인이 말하는 것은 법 규정상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인권위 제소 발언이 실언이었음을 인정하고 바로 취소하며 “다만 인권적 관점에서 보면 침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은 "진술 거부권의 의미는 피고인이 이를 행사하는 한 피고인 말을 듣고 재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게 형사소송법 대원칙"이라며 "피고인 신문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유용성이 있음에도 피고인 진술 거부권이 그 상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자 두 차례에 걸쳐 휴정한 뒤 최종적으로 피고인신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장은 "형사소송법 296조2, 검사의 피고인신문 권한을 부여한 조항보다는 283조2의 피고인 진술 거부권에 대한 효력이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가지 이익이 충돌할 때는 거부권이 우수하므로 이때에는 피고인신문을 실시하지 않는 게 조문 상 맞다고 생각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장이 김씨 본인에게 직접 "일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김씨의 13차 공판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검찰의 구형과 의견진술, 변호인 최후변론과 피고인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씨에 대한 선고재판은 변론 종결 이후인 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 전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 배우자 3명과 식사하면서 이들의 밥값과 자신의 운전기사·수행원 2명의 식사비 총 10만4,000원을 결제한 혐의(기부행위)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