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며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사고도 증가해 건설업계가 외국인 근로자의 현장 교육 강화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매해 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비중은 16.2%로 지난해 (15.4%)보다 늘었다.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1년 3월 9만4567명에서 올해 3월 11만8735명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나고 있으나 현장에서 전용 교육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선 4시간가량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해당 교육은 한국어로만 진행된다. 사실상 기초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건설 현장에서 소통 어려움으로 인해 외국인 산재 사고 비율도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사망한 근로자 812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85명으로 10.5%로 조사됐다. 특히 2022년 47명이었던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는 지난해 55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안전 교육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13개 건설사 대표와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열고 “2분기까지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감소했지만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800억원 이상 현장에선 오히려 증가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별 위험 요인과 비상시 대피요령 등 안전 수칙을 숙지할 수 있도록 그림 등으로 표현한 안내 표지판을 활용하고 통역원 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교육 부실을 지적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마다 안전 교육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라며 “영어, 한국어, 통역 등 다르게 진행된다. 일부 현장은 조선족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곳도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도 현장 소통과 맞춤 교육 등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현장에 배포했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몽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의 언어와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 사항과 필수 안전 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부터 고위험 공종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와 현장에 방문해 중국,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등 약 2000명의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는 대기업 중심으로 외국인 안전 교육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규모 현장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에는 외국어 교육이 별도로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며 교육이 확대돼야 하는 데 현실적으 어려움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안전 교육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소 건설사, 작은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외국인으로 100% 채워질 수도 있기에 외국인 교육 확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