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당당해야. 교육이 바로 섭니다. 오늘은, 그리고 해마다 찾아올 오늘은,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교권의 현주소를 알린 서이초 사건이 1년이 지났다. 정치권과 교원단체 그리고 교육 공동체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공동 주관 추모식에 18일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교권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시교육청 언덕길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국화꽃을 들고 언덕을 오르는 학생도 보였다. 학생들은 폭우 속에서도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에서 마련한 추모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서이초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받을 카네이션 대신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6개 교원단체, 교사유가족협의회와 공동 주관한 추모식은 묵념으로 시작했다. 참석자 소개도, 추모사에도 박수는 생략했다. 내빈들도 목례로 간략한 인사를 전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금 우리는 아이들을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선생님을 함께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추모사를 시작했다. 추모사에서는 교권보호 5법 외에도 추가 법개정을 통해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조 교육감은 “평온한 학교를 지탱하는 선생님들의 치열한 헌신과 희생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했다. 그 결과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학교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교권 보호 3법의 추가 제·개정이 필요하다”다고 덧붙였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교육부도 공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여름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면, 교권을 바로 세워줄 것을 요청한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가슴에 무겁게 남아있다”며 “학생, 학부모, 선생님, 교육감, 국회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가 곧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교사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도 진실규명과 교권회복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의원은 “여전히 정당한 생활지도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다”며 “선생님은 경찰서에 가서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야 하고, 또 언제 신고당할 지 몰라 생활지도도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대표발의한 ‘서이초 특별법’ 통과 의지도 전했다. 백 의원은 “국회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추가입법을 통해 보완하겠다”며 “하늘에서 함께 할 아기 선생님께 서이초 특별법을 바친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교총 회장 출신 정성국 의원은 “선배교사로서도, 국회의원으로서도 미안한 마음으로 교권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이상 선생님들이 스승이란 이름으로 혼자 감내하지 않도록 교권 사각지대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추모식은 엄숙하면서도 차분하게 진행되었으나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하는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서 눈물과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눈물을 참기 위해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도 보였다. 특히 선생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편지를 대독하는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슬픔을 나눴다. 추모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 서울시교육청 내 추모공간으로 이동해 함께 헌화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백승아‧정성국‧강경숙‧김영호‧문정복 국회의원, 6개 교원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