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사법리스크 불똥이 카카오뱅크로 튈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이날 새벽 1시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떤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용인하지 않은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양벌규정(대표나 관련자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법인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형벌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다.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주식수 1억2953만3725주)를 보유 중이다. 만약 카카오 법인도 벌금형 이상 형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6% 지분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는 더 이상 카카오가 아니게 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와 1주 차이로 2대 주주 위치에 있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한국투자증권 지분율은 27.16%(주식수 1억2953만3724주)다. 그 뒤를 국민연금(5.76%), 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 등이 잇는다.
다만 한투증권은 1대 주주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비은행 지주회사다. 카카오뱅크가 자회사가 되면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지주사가 된다. 새로운 국제은행자본규제인 바젤Ⅲ를 적용받는 등 이전보다 지켜야 하는 건전성 규제 수준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다. 카카오뱅크 신사업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신사업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했을 때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인허가 심사를 중단한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과 비금융신용평가업(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를 이미 신청한 상태지만 심사는 보류 중이다.
이번 사법 리스크는 장기간 카카오뱅크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더해,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내린 뒤 카카오뱅크 측이 이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이 역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 유죄 판결이 확정되는 데에만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이라며 “카카오뱅크 신사업 진출은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