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호법’ 동상이몽…의사 반발 속 입법까지 진통 예상

여·야 ‘간호법’ 동상이몽…의사 반발 속 입법까지 진통 예상

기사승인 2024-07-24 10:52:31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여·야가 당론으로 채택한 ‘간호법안’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법률 제명부터 진료지원(PA)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 기준 등이 쟁점 사안으로 떠오르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입법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간호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간호법안 ‘원포인트’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여야가 법안 쟁점과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날 법안소위엔 강선우·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간호사법) 등 3개의 안이 상정돼 논의됐다.

이들 법안 모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3건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시각차를 보이는 쟁점은 ‘PA 간호사 법제화’ 여부다. 강선우 의원안은 간호사의 진료지원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반면 추경호 의원안은 간호사가 의사 지도·위임 하에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을 할 수 있다고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과 관련해서도 여야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안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로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 등을 이수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호에서 6호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된 사람’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다. 전문대 교육으로도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법률 제명 역시 쟁점이다. 민주당은 기존과 같은 ‘간호법’ 제명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의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안도 간호법 제명을 사용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경우 ‘간호사법’ 제명을 쓴다. 정부도 국민의힘 제명에 힘을 싣고 있다. 의료와 간호를 이원화해 간호사 직역에 관한 법률로써 제명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여야가 내용이 조금씩 다른 간호법을 들고 온 만큼 의료계 직역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약사회는 간호사 업무 범위에 ‘투약’이 포함된 여당안에 대해 “약사 업무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도 구체적인 업무를 열거하지 말고 ‘진료 및 치료 행위’로 수정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과 관련해 간호조무사 단체는 ‘학력제한 폐지’가 일부 포함된 여당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이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야당안에 대해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나와도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첫 회의였던 만큼 각 간호법안에 대한 여야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강 의원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부족해 조문별 논의도 하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 소위를 진행해 논의하지 못한 쟁점 조항들을 다룰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이번 국회 회기 안에 통과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치열한 논쟁과 대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단체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의협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기했던 직역 간 과도한 갈등 같은 문제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에 대한 보복성 행보이자 임무를 망각한 정치적 행위다”라고 했다.

간호계는 간호법 통과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안들이 함께 논의 중이니까 한 번에 끝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간호법은 간호계의 숙원인 만큼 간호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 아래 긴 호흡을 갖고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회 소식에 정통한 의약계 관계자는 “복지위에서 여야 간사들끼리 협의하기엔 논점이 너무 많고, 의료계 직역 간 이견도 커서 급하게 논의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야당이 25일 본회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여당은 필리버스터로 맞서는 상황이라 당장 통과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8월쯤 돼서 윤곽이 보일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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