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명. 지난해 4분기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이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혼인 유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 합동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저출생 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서는 출산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 확대와 공공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 등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건설임대주택 우선 공급 시 출산 가구를 입주 1순위로 선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우선 공급 대상자를 가점제로 선정한다. 앞으로는 가점과 상관없이 2세 미만 신생아를 둔 가구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가구원 수에 따른 면적 제한도 폐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가구원 수에 따라 주택 면적을 제한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 모집 시 1인 가구에는 전용 35㎡, 2명은 44㎡, 3명은 50㎡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면적 기준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자 이를 반영한 결과다. 가구원 수에 따른 면적 기준 폐지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개정 후 이르면 10월쯤 시행된다.
혼인을 유도하는 정책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통과 시 올해부터 2026년 사이 혼인신고한 부부는 1인당 50만원씩 총 1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혼인 가구의 주택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는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납입한 금액(300만원 한도)의 40%가 소득공제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부부 합산 소득 요건도 사실상 폐지된다. 정부는 지난 1월 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저리 대출 혜택을 주는 취지로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도입 이후 30대 매매 거래량이 느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고소득 맞벌이 부부는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내년 1월1일부터 3년간 출산 가구에 한에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단, 주택 가격(9억원 이하)과 전용면적(85㎡ 이하) 기준은 유지된다.
전문가 “출산, 긍정적 인식 필요”
정부의 출산율 향상을 위한 호소 뒷면에는 저출생 쇼크가 있다. 합계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 이후 8년째 하락 중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0.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해 2‧3분기 0.71명 대비 급감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도 0.68명으로 전망했다.
인구 감소는 노동생산성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출산율 2.1명을 회복해도 2024년까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독일·일본 이민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정책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합계출산율 2.1명을 회복하더라도 2025년 생산가능인구는 3591만명에서 2040년 2910만명으로 약 8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정부 목표치대로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해도,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3591만명에서 2070년 1791만명으로 49.9%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생 정책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인 효과보단 장기적인 흐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결혼과 출산의 대표적인 걸림돌이 주거 문제”라며 “청년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정책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 문제 해결로 인해 출산 계획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임신 ‧출산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생아 특례대출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완화 이후 30대 출산 가구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속 가능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직장에서 접근가능한 주거의 허들을 낮춰야 한다”며 “현재는 마중물을 내는 과정이다. 장기적으로 정책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저출생 대응 정책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높은 주거 비용이 저출산 문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정부의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미흡, 규제 및 세제완화 등 집값 상승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생아 특례 대출 소득 요건 완화는 정부 지원이 불필요한 높은 소득까지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전세대출이 쉬워지면 임대료 인상,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또 “해당 정책보단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장기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하고 결혼조차 할 수 없는 청년들을 위한 월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