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0인 체제’를 맞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김태규 상임위원 임명에 따라 ‘2인 체제’로 복원됐다. 이 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경영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이사진 선임 의결에 나설 경우 즉각 탄핵소추를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위원장은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에서 “지금 언론이 공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공영방송이 바로 그런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과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의 공공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분의 전임 위원장이 자리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방송과 통신정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두 분의 큰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임 위원장의 희생과 방통위 직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위원장으로서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함께 임명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김태규 상임위원도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재가를 받고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30일)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당일 기한으로 요청했고, 기간이 지난 이날 곧바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이 임명되면서 방통위는 ‘2인 체제’로 복귀했다.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채운 만큼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 방통위 회의 운영 규칙에 따르면 전체회의는 하루 전까지 공개해야 하지만, 긴급한 사유가 있을 시 예외적으로 곧바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8월12일, KBS 이사 11명 임기는 8월31일까지다. 이미 지원자 공모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만큼 의결이 가능하다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함께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을 시사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 김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방문진 이사 관련 방통위에서) 의결하면 탄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해 오는 1일 본회의에서 보고되도록 한 뒤, 이튿날인 8월 2일이나 7월 임시국회 회기의 마지막 날인 8월3일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위법 논란에도 이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공영방송 이사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며 “오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한다면 내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한 만큼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은 전임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처럼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거나 탄핵안을 받은 뒤 직무가 정지될 전망이다. 다만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방문진·한국방송 새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이 위원장의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법적 조치에도 나선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 밝혀진 이 위원장의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공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오늘 오후 대전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