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접수를 한 달 앞두고 의대 지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올해 의대 증원 대학을 대상으로 6년간 매년 특별 평가 진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불인증을 받은 대학은 신입생 선발이 불가능 및 의사 국가고시 응시 기회도 박탈될 수 있다.
의평원은 지난 30일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를 개최하며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에 평가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51개로 늘려 의학교육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평원의 발표는 통상 2년, 4년, 6년 주기로 이루어지던 인증평가와 비교하면, 강도 높은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의대 정원이 기존의 2∼3배 이상 늘어났을 때 과연 증원 전과 동일한 수준의 의학교육이 제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이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주요 평가를 내년이 아닌 올해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표가 보도된 후 의대 입학을 준비하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오갔다. 의평원의 평가로 의대 모집정원 중지, 입학 취소 등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진짜 의대 쓰면 안 되는 건가요” “의평 결과 발표가 2월에 나오니까 수시 발표 때까지는 모르는 거 맞죠”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06년생들이 무슨 죄입니까” “모집정지보다 입학취소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인가요” “대체 수시 원서 라인은 언제 잡아야 하는건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의평원 발표로 인한 불안은 치대와 한의대 등 의학계열로 번지고 있다. 의평원 평가로 이슈로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대신 다른 의학계열을 지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커뮤니티에는 ‘치대로 다 넘어오진 않겠죠’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는 “오래전부터 치대만 준비했었는데, 25학번 의대생 말이 이렇게 많으니 성적 좋은 의대 지망생들이 다 치대로 넘어올까봐 두렵다”며 “수시 접수 2개월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인지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에는 “지방의대 가는 사람들은 아마 치대 고민도 할 것이다” “보험으로 1~2장은 쓰지 않을까 싶다” “이 사태 전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많이 의대와 치대를 섞어 쓰지 않을까 싶다”는 반응이었다.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끝나지 않는 의대 증원 이슈에 이미 지친 상태다. 김모(50)씨는 “불안해하는 자녀에게 다독여주고 응원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라며 “점수만 높으면 이번에 증원한 의대 말고 다른 의대를 가면 된다는 댓글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 수능도 아니고 5월에 확정된 입학 정원을 가지고 자꾸 엇박자가 나는 게 힘들다”며 “일단 증원은 해줬으니 통과는 알아서 하라는 말인거냐”고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N수생들은 ‘속이 타들어간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모(27)씨는 올해 의대 정원 발표 이후 의대 위해 대학 졸업 후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임씨는 “정부가 대책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서남대 의대가 의평원 인증 못받아서 폐교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수능이 백일 가량 남은 상황인데 아직도 의대 증원으로 크고 작은 잡음이 들리는 게 불안하다”고 전했다.
한편 의대 운영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총협 대표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한 언론을 통해 의평원에 평가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31일 밝혔다. 홍 총장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이후 3개월 뒤에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의 증원의대 매년 평가 방침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