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큐텐 채권을 매입하고 티메프에 구상권 청구를 하는 방식을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날린다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지고 대출로 빚이 추가되는 게 너무 힘듭니다. 거래처인 대기업으로부터 압박도 받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선 저희의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법적 대응을 이야기하고 있어 너무나 난감한 상황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에서 들은 판매자들의 하소연이다. 현장에서 들은 판매자들의 피해 규모는 대부분 수십억 단위였다. 이들은 하루하루가 자금 때문에 숨이 막힌다고 했다. “잘못은 티메프가 했는데 왜 억울한 판매자만 고통을 받아야 하냐”. “정부는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을 했냐” 등의 성토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피해 업체들의 정부를 향한 외침은 절박했다.
금융감독원에서 파악한 판매 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 1일 기준 총 2783억원이다. 여기에 6~7월 거래분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산 지연 피해 판매자는 3395개로 추산되며, 미정산 금액의 80%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 피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티메프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며, 피해 업체들에게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분에 각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활용해 6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9일부터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접수가 시작된다. 피해 업체는 정산 지연 금액을 한도로 최대 30억원까지 최저 3.4%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총 3000억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피해 업체들은 이같은 정부 대책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을 경우 빚으로 빚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결국 추가적인 빚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피해업체 판매자 A씨는 “지금 지고 있는 빚도 엄청난데 또 대출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관리 소홀로 이번 사태를 방치한 정부 책임도 있다. 대출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티메프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하지만 정부에선 아직 정확한 피해 금액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장 내놓은 저리 대출로 피해 업체들의 줄도산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대출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대책이 단순 연명책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로 피해 업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그들이 원하는 지원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피해 업체들의 어려움을 알고 소통하려는 자세와 보다 적극적인 구제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