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나선다. 전세사기 위험에 선호가 떨어진 비아파트를 무제한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 비아파트 인허가·착공은 10년 전과 비교 시 공급이 대폭 줄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비아파트 인허가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1만8000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장기평균의 26% 수준이다. 서울은 2000가구, 장기평균의 10% 수준이다. 착공도 인허가와 마찬가지로 장기평균의 26% 수준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준공 물량도 감소해 장기 평균의 40%까지 감소했다. 비아파트 물량 감소는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민간에서 새로 건설한 비아파트 매물을 매입해 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서울 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아파트를 무제한 매입해 전월세 형식의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서울을 포함해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 매입’의 규모를 내년까지 11만호 이상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존 신축매입 약정 체결 기간을 7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멸실 목적으로 노후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 중과를 배제, 기본세율(1~3%)을 적용하던 대상에 ‘준주택’도 포함하기로 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지원책도 시행한다. 법인이 주택 철거 후 ‘준주택’을 건설할 때 취득세 중과(12%)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준다. 기존엔 ‘주택’ 건설 때만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일반세율 1~3%를 적용했다. 사업자 비용 부담도 줄여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축매입임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약 보증에 가입하면 총사업비의 90%까지 1금융권에서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공사 원가 상승 등을 고려해 정부 지원단가 현실화도 추진한다.
기존 비아파트를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경매에 나온 주택을 HUG가 낙찰받아 임대하는 기존 ‘든든전세주택’에 더해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대위 변제한) 주택을 환매 조건부로 매입해 임대하는 유형을 신설할 예정이다.
대상은 전세보증 가입 건수가 2건 이하인 임대인의 주택으로, 대위변제금 이하로 협의 매수할 계획이다. 이 주택 역시 기존 든든전세주택과 동일하게 임차인이 주변 전셋값 대비 90% 수준으로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기존 집주인에게는 HUG에 대한 잔여채무(대위변제금-HUG 매입가격)를 임대 종료 시까지 상환 유예하고, 원할 경우 임대종료 후 환매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새로운 유형의 든든전세주택은 올해 2000가구, 내년 4000가구 등 총 6000가구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 사업도 확대한다. 임차인이 직접 원하는 주택을 구하는 기존 전세임대 방식에 더해 임대인 모집공고를 실시해 즉시 입주가능 주택을 조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모집공고를 거쳐 선정된 비아파트 임대인과 LH 등이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입주자는 LH 등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주하게 된다.
정부가 보증금을 지원해 입주자는 보증금의 20%와 월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짜리 주택에 입주할 경우 입주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임대료 13만∼26만원 수준이다. 공급예정 물량은 내년 5000가구, 2026년 5000가구 등 총 1만가구로 수도권에 총 6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문가는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시세차익 기대가 낮고 지난해 역전세와 전세 사기 이슈가 불거지며 호황기보다 구매수요가 주춤했다”면서도 “여전히 서민주택 시장의 내 집 마련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어 서울 역세권 위주로 신축매입 수요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