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잡기 철회 요구’
- 그린벨트 해제지역 ‘도시열섬’ 취약 지역으로
정부가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키로 하면서 유력 후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인근 그린벨트가 대거 풀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부터 입주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시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금자리주택에서 발생했던 이명박 정부의 '로또 분양' 부작용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 역시 적지 않다.
대한민국 전자관보 및 서울시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 경기 하남시 감일·감북·초이·감이동 일대 10.58㎢ 지역을, 서울시는 서초구 내곡·방배동 등과 강남구 개포·자곡·세곡·수서동 등 79개 법정동 125.16㎢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각각 묶었다.
같은 날 정부가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내년까지 신규택지 후보지 8만 가구를 지정하기로 발표한 데 따른 투기 유입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하자 경실련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경실련, 그린벨트 해제 즉각 철회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2일 그린벨트 해제 계획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그린벨트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자연유산"이라며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이다. 오세훈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그린벨트는 현재 25개 자치구 중 6개 구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지역에 총 149㎢ 규모가 남아있다. 경실련은 서울시가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도대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그린벨트가 어디인지 서울시에 되묻고 싶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경실련은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서울의 마곡, 위례, 경기도의 판교, 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며 "사업추진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의 허파를 허물어서는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쿠키뉴스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그린벨트 해제가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가격이 들썩이는 강남, 서초, 송파구 일대 해제 예상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돌아보았다.
‘도시열섬’ 현상 가속화 우려
13일 그린벨트를 해제가 예상되는 지역은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나 경기도와 경계한 지역이어서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도심과 달리 녹지가 풍부하고 바닥도 숨을 쉬는 맨흙이어서 한결 시원한 느낌이다.
정부가 신규 택지를 개발하기 위해 일부 풀기로 한 수도권 그린벨트는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로 전문가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여름철 폭염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 외곽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그렇지 않아도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혀 심각한 ‘도시열섬’ 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서울 외곽 녹지지역보다 중심 상업지역의 온도가 무려 평균 3.46도 높다. 또한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로, 전국(266.01㎡)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아 도시열섬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66) 교수는 “강남구, 강동구, 서초구 일대와 노원구 등의 개발제한구역과 인접한 곳들은 녹지가 풍부하게 조성되었기 때문에 열 축적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그린벨트가 사라지면 도시열섬현상과 미세먼지 저감, 바람길 기능 등 녹색지대가 말없이 수행해왔던 일들이 인근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