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통장도 속수무책…고분양가에 ‘청약 통장’ 해지 러시

20년 된 통장도 속수무책…고분양가에 ‘청약 통장’ 해지 러시

기사승인 2024-08-20 06:05:03
쿠키뉴스 자료사진.

분양가가 천정부지 치솟으며 청약 통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오는 9월 공공분양주택 청약 월 납부액 인정액이 상향되면 이탈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7월 말 기준 2548만9863명으로 전월(2550만6389명) 대비 1만6526명 감소했다. 지난해 동월(2583만7293명)과 비교 시 34만7430명이 청약 시장을 떠났다.

청약 통장은 민간·공공 주택 청약을 위해 필수 요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가입할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우리나라 인구수는 5117만5000명으로 7월 기준 49.8%가 청약 통장에 가입했다. 

그러나 매년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2021년 12월31일 기준 2677만272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 2022년 2638만1295명 △2023년 2561만3522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 1월 2556만1376명 △ 2월 2556만3099명 △ 3월 2556만8620명 △ 4월 2600만3702명 △ 5월 2593만6069명 △ 6월 2588만2064명 △ 7월 2583만7293명이다. 지난 4월까지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 5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청약 통장 해지의 주된 이유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최근 청약통장을 해지한 A씨는 “분양가가 높아 당첨 가능성이 있어도 지원하기 힘들어서 청약을 포기 후 구축 매매로 눈을 돌렸다”며 “20년간 유지했던 통장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B씨도 “예전엔 청약 당첨 시 프리미엄(P)도 형성되고 축하받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당첨돼도 분양가가 문제”라며 “청약 통장이 의미 없어져 해제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민간 아파트 3.3㎡ 평균 분양가는 역대 최고 수준인 4401만7000원까지 올랐다. 이는 2018년 2월 2192만1000원과 비교 시 100.8%가 오른 수준이다. 6년 5개월 만에 평당 분양가가 2배가 된 셈이다.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2년 말까지 2000만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1월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 6월 41490만4000원으로 처음 4000만원대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37.6% 상승했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으로 인해 청약 통장의 메리트가 없어진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5만8986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미분양(7만4037가구) 중 79.7%가 지방에 위치한 셈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1965가구로 전체(1만4856가구)의 80.5%가 지방에 자리했다. 지방에서는 신축 아파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어 청약 통장이 의미가 없어졌다. 

오는 9월 공공분양주택 청약 납입 인정액이 상향되면 청약 통장 해지자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지난 6월13일 주택‧토지 규제개선 일환으로 주택청약통장 월 납입액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는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첫 상향이다. 공공분양을 위해서는 월 25만원을 채워 납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청약 통장 가입자의 납부 부담도 커졌다.

전문가는 청약 제도의 개편이 있지 않는 한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첨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탈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기준이 높아 가점제 만점을 받기 어렵고, 공공분양은 장기간 납부해야 하는데 납부액까지 올랐다”며 “매월 25만원씩 10년, 20년씩 내기 부담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청약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도가 로또 아파트를 만들며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적용하되 주변 시세 대비 90%로 제한해 로또 아파트는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점제는 청년들에게 있어 불리하다”며 “일반공급 50%는 공공분양처럼 청약 통장 납입 오래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되 나머지 50%는 추첨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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