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의 용도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주거용도’로 분양받았다는 수분양자들의 분양 취소 소송과 입주 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정부는 용도변경 허들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용도변경된 생숙 시설은 단 1%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수분양자와 시행사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생숙은 부동산 호황기 시절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았다. 주거시설로 사용 가능하면서도 다주택자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일부 개정 고시하며 생숙을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규정해 갈등이 시작됐다. 숙박시설인 생숙을 주거 시설로 사용할 경우 매매 시세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거용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를 위해 건축기준 일부를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이행강제금 납부도 유예했다.
생숙 수분양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 말까지다. 이들은 내년까지 용도변경을 통해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숙박업 운영 혹은 매매해야 한다. 국토부가 유예한 시간은 지난해까지였으나 논란이 지속되며 이행강제금 부과를 내년 말로 추가 유예했다. 그러나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차장, 복도폭, 출입구 등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미 거주 중이거나 준공이 완료된 경우도 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생숙 시설 중 오피스텔로 전환된 사례는 1%에 불과하다. 주택산업연구원과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전체 592개 단지, 10만3820실 중 오피스텔로 변경된 단지는 1173실(1.1%)로 집계됐다.
수분양자들은 입주 거부와 분양 취소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스테이에디션)도 지난 7월1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입주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수분양자 등에 따르면, 총 608세대 중 5세대만이 입주했다. 입주율은 0.68%인 셈이다. 스테이에디션 수분양자 A씨는 “분양 전 모델하우스에서 ‘실거주 가능’과 ‘전입신고 가능’ 등 주거시설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 분양받았는데 법 개정으로 인해 이행강제금을 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한시적으로 기준을 완화해 줬을 때 용도변경을 시도했으나 최종 불승인 났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사기 분양 소송을 진행하며 입주 거부 중”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에디션 외에도 전국적으로 생숙 관련 소송은 잇따르고 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던 생숙 시설은 갈등으로 인해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과 무피(프르미엄 제로)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 힐스테이트송도 스테이에디션은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 137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현재 분양권 마이너스 1억원의 시세를 기록 중이다. 스테이에디션은 분양 당시 6~8억원이었으나 현재 전용 84㎡ 기준 5억4970만원의 매물이 나왔다. 이는 수분양자가 9000만원 손해보는 금액임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수분양자들도 계약금 20%를 포기하는 등 분양가 대비 저렴한 매매가에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다.
청약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했던 서울 강서구 롯데캐슬 르웨스트 역시 마피 1억원 시세를 형성했다. 전용면적 74㎡은 마이너스 1억3060만원(매매 11억754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동일면적 마이너스 1억4510만원(매매가 13억590만원) 등의 매물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88㎡ 역시 마이너스 1억5850만원으로 매매가 14억2650만원에 물건을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이달 중 용도변경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심사 결과는 차후 다른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 지하 6층~지상 15층, 5개동, 876실로 조성됐다. 지난 7월24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검토 후 보류 결정했다. 오피스텔 건축 기준에 부합해 보류 사유를 반영한 뒤 이달 중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는 생활형숙박시설의 용도변경은 사실상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주상복합이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로 진화했다”며 “건축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숙 해결 방법은 규정과 안 맞지만 특별히 주거인정을 해주거나 원칙대로 하는 것 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주차 기준 등이 주거용 오피스텔만큼 엄격하지 않아 1세대당 1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주거 시설로 인정하게 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용도변경 허가 시 계약해지와 손해배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생숙 시설의 쟁점은 주거 사용 여부”라며 “용도변경을 통해 주거 시설 사용이 가능해지면 시행사와 진행 중인 손해배상, 계약 해지 소송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