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실적에 큰 도움을 주던 동남아시아 지역 실적에서 희비가 갈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동남아시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잠재성이 커 장기적 투자를 통해 향후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 해외법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379억원으로 전년동기(5456억원) 대비 38.1% 줄었다.
각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9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527억원)보다 38.2% 감소했다. 하나은행도 같은기간 해외법인 순이익이 778억원에서 701억원으로 10% 줄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적자(-1228억원) 전환했다. 그나마 신한은행만 해외법인 순이익이 2600억원에서 2962억원으로 13.9% 늘었다.
은행들의 해외법인 실적 감소의 주요 요인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실적 부진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이 줄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09억원, 2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5%, 6.3% 줄었다.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적자(-120억원) 전환했으며,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역시 순이익이 7%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해외 핵심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가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전체 해외사업 실적을 끌어내렸다. KB뱅크는 1분기 순손실 529억7400만원, 2분기 958억1800만원 등 상반기에 순손실 1514억9200만원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을 기록하던 KB뱅크는 올해들어 적자로 전환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가장 해외법인 실적이 뛰어났다. 특히 동남아 지역 법인의 선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한베트남은행이 상반기 14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상반기(1260억원)보다 12.1% 증가했으며 2년 전(862억원)과 비교하면 63.8% 급증한 수치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상반기 기준 지난해 20억원의 순이익에서 올해 12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나은행은 타 시중은행 대비 동남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크지 않다. 인도네시아 법인 PT Bank KEB Hana 한 곳만 있다. PT Bank KEB Hana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18억원으로 전년(195억원)동기 대비 11.79% 증가했다. 하나은행 해외법인의 실적 감소는 지난해 176억원의 깜짝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중국법인이 강화된 리스크 관리 기조의 영향으로 올해 44억원의 순이익에 그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내은행의 동남아시아 지역 실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동남아 지역 확대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해외에 디지털 사업 전담조직인 ‘퓨처 뱅크 그룹’을 신설하고 디지털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베트남 현지 메신저인 잘로와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확장도 이어간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캄보디아에 지점 2곳, 베트남 출장소 1곳을 신설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 지점도 신설했다. 이외에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동남아 주요 타깃 국가로 설정하고 현지에서 은행, 증권, 카드 등 다양한 업권의 통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시에 건전성 관리 강화에 기반한 내실 성장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타 대륙 대비 성장 기대치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다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있어 진출 법인들마다 실적 증감폭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금융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이 큰 편이고 마찬가지로 이에 따른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남아 국가 금융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관심을 갖고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