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미디어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단순한 작업을 넘어 기획과 창작, 편집, 후반 작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만난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AI가 TV를 만나다’ 트렌드 세션은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의 현황을 짚고 미래를 전망했다. 현장에는 권한슬 감독 겸 스튜디오 프리월루전 대표와 마이클 맥케이 아시안 아카데미 크리에이티브 어워즈 대표가 참석했다.
5명이 2주면 영화 한편이 뚝딱… AI 시대
이날 현장에서는 권한슬 감독이 최근 공개한 신작 ‘포엠 오브 둠’을 시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 감독은 AI 기술로만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올해 초 제1회 두바이AI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이날 보여준 신작은 언뜻 실사처럼 보이는 영상이 담기는 등 한층 진화한 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해당 영화는 AI 모델 10가지를 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5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들어간 인력은 5명.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2주였다. 컴퓨터그래픽(CG)이나 실사 촬영은 전혀 없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권 감독은 “생성형 AI를 통해 실제 영화에서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실사 촬영과 AI의 융복합이 이뤄지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창의성 제한 아닌 보조 도구일 뿐”
AI 기술이 주목받으며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창의성을 없애고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맥케이 대표는 이 같은 걱정에 선을 그었다. 그는 “AI는 창의성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것처럼 폭발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신인 감독의 육성을 도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용과 상황 제약을 줄이며 제 뜻을 펼칠 장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는 예술의 민주화를 이루게 해준다”고도 했다. 권 감독은 “영상 촬영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봉준호 감독이 될 순 없다”면서 “본질적 예술 감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진다. 인간은 창작 주체고 AI는 보조 도구일 뿐”이라고 피력했다.
AI 향한 저항심 크지만…“흐름 거슬러선 안 돼”
맥케이 대표와 권 감독은 AI를 향한 저항심리가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짚었다. “기술 가치가 진화하며 빠르게 바뀌는 만큼 거부감보다는 이를 향한 이해가 필요하다”(맥케이 대표)는 이야기다. AI를 두고 정보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위협 요소라고 봤다. 권 감독은 “창작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정보의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모두가 AI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AI 모델은 80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중 국내에서 인지도를 가진 모델은 10개도 채 안 된다. 권 감독은 이같이 주장하며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콘텐츠 업계에서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