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저탄소 철강 제품 생산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청정 전력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정부에 건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철강·알루미늄 탄소중립 정책협의회’ 회의를 열고 탄소중립 추진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점검·논의했다.
산업부와 대한상의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회의에는 변영만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김희 포스코홀딩스 전무, 윤호준 현대제철 상무,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 등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포스코홀딩스 등 업계 관계자들은 저탄소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청정 전력과 그린수소의 원활한 조달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철강 제품은 전통적 용광로인 고로를 이용하는 방식과 전기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특히 전기로를 이용해 만드는 철강 제품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청정 전기 사용을 늘려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민간 차원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 변화에 적응해 해외 판로를 지속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1.6%, 2038년 32.9%로 높이는 게 목표다.
또, 업계는 포스코 주도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한 상태다.
한국의 2050년 산업 부문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2억1000만톤이다. 이 중 약 40%(8630만톤)가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대표적 온실가스 다(多)배출 업종이다. 특히 국내 전체 탄소 배출의 약 14%(산업 부문의 38%)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재생, 원전, 수소 등 무탄소 전력의 공급 확대를 통해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 계수를 낮추고, 주요국과 함께 무탄소 전력 활용과 공정 연료·원료 무탄소에너지 이행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우리 업계의 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위해 2030년까지 약 2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혁신적 탄소중립 기술을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 기술로 반영해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