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보다 저축은행이 없는 금융기관에 매각되는 편이 빠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위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수석상무는 전날 상반기 실적 설명회에서 “당국이 M&A(인수합병) 규제를 개선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구조조정 목적은 아니고 서로 강점이 있는 저축은행끼리 인수합병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지난해 7월에도 한 차례 저축은행 합병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저축은행은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영업하는데,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에 관계없이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4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수도권 저축은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업계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같은날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현재 M&A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앙회는 계속 당국에 더 자유로운 매각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수도권 저축은행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저축은행들은 수도권을 포함해 영업구역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더 완화하더라도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수신기능이 없는 증권사나 캐피탈사 같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곳 보다는 저축은행이 없는 곳에서 인수에 관심이 높다는 것.
업황도 좋지 않다.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3804억원에 달한다. 다른 저축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매물이 있지만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저축은행 매각이나 인수합병은 한 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6년째 보유하고 있어 올초부터 매각 가능성이 점쳐졌던 애큐온저축은행도 매각이나 인수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이후에는 영업구역을 늘리는 데 큰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이후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67개 저축은행은 통합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 등 온라인 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구역을 늘려 지점을 확보할 이유가 줄어든 저축은행들이 타사를 인수하는 데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근거다.
최 수석상무는 설명회에서 “이같이 어려운 시기에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저축은행은 또 나올 것”이라며 “당국이 관련 규제나 기준을 더 완화하면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