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 이겨내고 가을걷이 분주한 철원 들녘
- 오대쌀 유명세 “맑은 물과 청량한 공기, 기름진 황토 덕분”
- 백로 무리, 모처럼 통통한 미꾸라지 포식
“지난 4월 25일에 모를 심고 4달 만에 수확한다. 백로 떼가 벼를 베는 콤바인 옆에서 저렇게 열심히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모습이 보니 우리 논이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30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 벌판에서 만난 농부 이원규(72)씨는 여름 폭염을 이겨낸 벼들이 마냥 고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50년을 넘게 고향을 지키며 논농사를 지어왔다는 그는 요즘은 콤바인 덕분에 예전보다는 농사 짓기가 많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추수철이 되면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일손을 도왔는데 이제 콤바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농사를 지을 때는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했다. 지금은 모판 나르는 일 말고는 대부분 기계가 한다”며 “이제 콤바인이 백 사람 몫도 더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차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철원평야는 지난 8월 20일, 조생종 ‘철기50’을 시작으로 벼 베기에 돌입했다.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철원평야 일대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한탄강이 철원평야를 적시고, 밥맛 좋은 ‘철원 오대쌀’의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철원군”이라는 홍보문구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철원 들녘 곳곳은 콤바인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백로무리들 역시 미꾸라지 맛집을 찾아 들판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철원군 농촌기술센터 관계자는 “쌀의 품질과 가치는 결국 밥맛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철원쌀은 맑은 물과 청량한 공기, 기름진 황토 등 청정 환경에서 생산되어 전국에서도 최고의 밥맛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철원평야에서 나는 쌀의 인기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이원규 농부는 “철원평야의 춥고 긴 겨울, 낮과 밤의 큰 일교차, 기름진 황토, 풍부한 일조량, 청정한 물과 공기 등이 최고의 쌀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별히 추수 후 볏짚을 사료용으로 판매하지 않고 내년 농사를 위해 그대로 논에 깔아 놓는다”고 말했다. 그 연유를 묻자 추수를 마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철원평야의 주인이 될 두루미 등 겨울 철새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규씨를 비롯한 철원의 농부들은 추수를 마치고 볏짚과 떨어진 알곡들을 그대로 논에 놔둔다. 인간과 철새들과 공존하는 방법이다. 새들에게는 남쪽도 북쪽도 없고 이념도 철책선도 없다. 그저 하늘을 맘껏 나는 자유가 있을 뿐이다.
지난여름 최장 열대야와 폭염을 이겨낸 들판은 풍요롭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습기가 높아 수확이 1주일가량 늦어지긴 하나 올해는 태풍 피해가 없어서 수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철원 오대쌀 산지로서인 철원평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벼를 수확하는 곳이다. 화산지대인 철원평야 민북마을에서 생산된 철원 오대쌀은 화산암의 미네랄 영향으로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