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 사업으로 여겨지는 1,100억원대 예산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2일 서울시는 세운상가 7개 건물을 잇는 공중보행로가 일대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고 전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중보행로 총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 대상이다. 서울시는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 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려워 향후 세운상가를 허물 때 함께 철거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은 상가 간 연계를 높여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총 1,109억 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공중 보행로를 조성했다. 여기엔 2000년대 청계천 복원 때 사라진 세운~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를 되살린다는 의미도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낡은 세운상가를 허물고 복합 개발 계획을 추진했으나 박원순 전 시장이 치임한 뒤 2014년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고 상가 재생 목적으로 공중보행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중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추진 당시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설치 시 매년 10만5,440명이 지나다닐 것으로 예측했으나 개통 이후 실제 보행자 수는 그 11% 수준인 1만1,731명에 불과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낙후한 세운상가 일대를 재개발해 30~40층 높이의 새 도심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운상가 건물은 허물어 광화문광장 3배 크기의 녹지로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