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오토바이로 배달 중이던 운전기사는 당황하더니 이내 도주했다. 경찰이 체포하고 보니 미등록이주민이었다. 그는 “불법체류 상태인 것을 들킬까 봐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최근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 협력사인 배달대행사들이 외국인이나 신용불량자 등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사고가 나면 본인은 물론이고 타인 치료비 등을 내기 어렵다. 배달플랫폼노조 등은 배달 기사의 유상운송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무보험 배달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 알바몬‧벼룩시장‧알바천국 등 구인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배민플러스(배민1)·쿠팡플러스 배달 기사를 구한다며 외국인·신용불량자·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모집하는 공고는 각 사이트당 10여 개에 달했다. 비자 등 추가 조건도 없었다. 배민1 라이더를 모집한다는 한 공고는 “보험 때문에 등록 안 되셨던 분들도 근무하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여기서 말하는 보험은 유상운송책임보험이다. 유상운송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상운송보험은 개인 소유 승용차를 활용해 배달서비스를 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송 중에 발생한 사고를 넓게 보장한다. △대인 △대물 △자기신체 △자기차량에 생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유상운송책임보험 없이 사고가 나면 배달 기사 개인이 직접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보험은 법적 가입 의무가 없다. 보험에 가입해야 배달 자격을 주던 배달의민족도 지난 7월 해당 조건을 폐지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기사 절반이 유상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서 “월 평균 200만원을 내는데 가정용 일반 보험을 든 사람들은 월 20만원을 내고 위험을 감수한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보험으로는 배달 중 사고 책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유상운송책임보험이 없는 배달 기사가 배달 중 사고에 휘말리면 사실상 보상이 불가능하다. 이윤선 배달플랫폼노조 정책국장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보험 적용을 못 받아 치료비 등을 받을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유상운송보험 가입 의무화”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배달 종사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상운송보험이 의무화되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이들은 배달할 수 없게 된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대표는 “(대행사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마구 채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편법으로 핸디캡이 있는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3일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우아한청년들과 쿠팡 대표이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7월 국토부가 배달 종사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여부 확인을 권고한 뒤 이를 시행해 달라는 요구다. 쿠팡 측은 “운송업체들이 하지 않는데 당사만 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우아한청년들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배달서비스공제조합은 이달 중으로 배달종사자용 전일제 공제보험을 출시하는 등 유상운송책임보험 가격 인하를 위한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6월 말 조합이 배달종사자용 시간제 공제보험을 출시하자 지난달 1일 ‘배민커넥트 KB이륜차시간제보험’ 보험료가 시간당 850원에서 690원으로 인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