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가명·55)씨는 5년 이상 꾸준히 등산을 다닐 정도로 관절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최근 하산 길에 다리를 삐끗한 이후 걷기가 힘들어졌다. 심한 통증이 지속돼 병원 진료를 봤더니 의사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간 골다공증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의사의 진단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증상 없이 다가오는 ‘골다공증’. 골다공증의 진행 정도를 바로 알고, 골절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원을지대병원의 손희중 정형외과 교수와 정경연 내분비내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Q. 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따로 있나요?
정경연 교수= 50세 이상 성인의 5명 중 1명은 골다공증을 겪습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에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70세 이상 여성에서는 3명 중 2명이 골다공증 환자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연령 증가 외에도 갑상선기능항진증,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쿠싱증후군을 비롯한 내분비대사질환, 위장관질환, 비타민D 결핍, 과도한 음주, 식욕 부진, 과도한 다이어트 등이 이차성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손희중 교수= 보통 50세 이후로 낡은 뼈를 제거하는 ‘골 흡수’와 새로운 뼈를 만드는 ‘골 형성’의 균형이 깨지면서 뼈에 구멍이 많아지고 커지는데, 이를 골다공증이라고 합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골량이 풍부해 골다공증 골절이 약 10년 정도 늦게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나 고령으로 갈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 골절이 생길 확률이 커집니다. 사망률 역시 높아집니다. 최근 남성 골다공증 환자 수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Q. 일반 골절과 골다공증 골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정경연 교수= 일반 골절은 낙상이나 교통사고 같은 강력한 충격을 당해 일어나지만 골다공증 환자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골다공증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재채기를 하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또 자동차를 타고 방지턱을 넘을 때 골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손희중 교수= 일반적으로 골다공증 골절은 본인 키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경우, 또는 가벼운 외상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했을 땐 골절 치료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에 대한 치료도 병행돼야 합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론 재골절 위험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 골절은 이미 전신의 뼈가 많이 약해졌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일상에서 추가 골절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폐경 후 여성은 골절 후 1년 안에 재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5배 높습니다.
Q. 골다공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을까요?
정경연 교수= 골다공증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허리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지속되거나 최근 1년 이내 키가 눈에 띄게 줄었을 때는 척추 골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이미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속한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또 골다공증은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골밀도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증상이 없는 가운데 골밀도 수치가 -3.5 수준이라면 위험한가요?
손희중 교수= 골밀도 검사에서 골밀도 수치(T-score)가 -3.5라면 언제 뼈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2.5 이하부터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는데, 특히 -3.0 미만인 경우에는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합니다. 골절 초고위험군에는 최근 12개월 이내 척추 또는 고관절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다공증 치료 중 골절이 발생한 사례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골절이 매우 임박했기 때문에 골절 위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Q. 골다공증 치료는 평생 받아야 하는 건가요?
손희중 교수= 골다공증은 장기 치료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완치 개념은 없습니다. 치료를 통해 골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해도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지 않으면 골밀도는 다시 낮아져 언제든 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경연 교수=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면 매년 골밀도 검사를 시행해 평가하고, 약물 지속 사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전에는 골밀도 수치가 -2.5를 초과하면 치료제 급여가 중단돼 환자들이 꾸준히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올해 5월부터는 약물 치료 후 추적 검사에서 골밀도 수치가 -2.5 초과 -2.0 이하에 해당해도 최대 2년 간 지속 투여할 수 있도록 약제 급여기간이 확대돼 환자의 부담이 줄었습니다.
Q. 골다공증 치료 주사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환자들이 이용하나요?
손희중 교수= 골절 위험 정도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크게 골 흡수 억제제와 골 형성 촉진제가 있습니다. 적절한 칼슘과 비타민D 섭취 또한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입니다. 약제는 입으로 먹는 경구 약제가 있고 주사제가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의료진이 치료제를 정하게 되므로 전문가 상담이 중요합니다.
Q. 치료 중에도 골절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정경연 교수= 약물 치료를 받는 도중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한 경우 약제 순응도를 평가한 뒤 경구약을 주사제로 변경하거나 조금 더 강력한 치료제(골형성 촉진제)로 전환해 추가 골절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합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치명적인 추가 골절을 겪을 수 있습니다.
Q. 골다공증도 예방이 가능한가요?
정경연 교수= 골다공증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골절이 생기기 전에 진료를 받고 관리와 치료를 꾸준히 진행해야 합니다. 치료 외에도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고, 걷기 운동 등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합니다.
손희중 교수= 골다공증은 일부 예방이 가능합니다. 노화와 함께 여성이라는 성별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지만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절제된 음주, 금연, 적절한 운동을 이어가면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등을 시행해 조기에 골다공증을 진단하고,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골절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골다공증 골절을 겪은 초고위험군은 재골절 위험이 높은 1년 동안 골 형성 촉진제 치료로 골절 위험을 낮추고, 이후 장기 지속 치료에 최적화된 골 흡수 억제제 사용을 유지한다면 노년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 50세 이상 여성과 60세 이상 남성은 골다공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증상이 없어도 매년 골밀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골다공증이 생기면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약물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했다면 재골절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골다공증은 평생 질환인 만큼 치료, 운동 등을 통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