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와 인종차별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자금난으로 인해 일부 사업 축소 및 연기 의혹이 계속되고 있어 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 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며 “직원들은 파이프가 떨어지거나 벽이 무너지는 사고, 폭발물 취급 실수 등의 이유로 사망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또한 현지 사업장에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적인 문화가 존재하며, 고국에서 부패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 임원으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1세기 피라미드’로 명명한 저탄소 스마트 도시다. 사우디 북서부 약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규모 도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길이 170㎞의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3가지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더 라인의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82조원), 전체 사업비는 1조 달러(약 1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위기설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는 2030년까지 150만명을 입주시키겠다는 더 라인 1단계 사업 목표치가 5분의 1 수준인 30만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블롬버그는 당초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기한 내 완공될 수 있는 부분은 2.4km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내부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네옴시티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옴시티 사업이 축소 또는 취소될 경우 국내 건설사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정부 주도로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인 ‘원 팀 코리아’를 구성하고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더라인 지하를 지나다니는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스파인 터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체 지하 터널 170㎞ 가운데 28㎞ 구간을 맡았다. 공사비만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사우디 정부의 자금난이 사업 축소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재무부는 2024년 1분기에 약 4조5114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2022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올 1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감소했다. 이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 규모 지분을 매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좌초될 경우 2030년 예정된 사우디의 엑스포 개최 역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사우디는 부산과의 경쟁 끝에 2030년 엑스포 개최국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