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가 막을 내렸다. 올해 ESMO에서는 기존 치료제들이 새로운 항암 효과를 보인 최신 연구 데이터들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ESMO 2024에서는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참가해 최신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다국적 제약사 MSD는 항PD-1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TNB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임상은 키트루다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한 이후, 수술 후 단독요법으로 사용한 효과를 평가했다.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75.1개월 동안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서 위약(가짜약)군 대비 주요 2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체 생존율은 키트루다 요법군이 86.6%, 위약군은 81.7%를 기록했다. 또 키트루다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에 보고된 연구들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보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손주혁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위원장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조기암 치료에 있어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체 생존율 개선은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주 의미 있는 결과”라며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뒷받침 해준다”고 언급했다.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는 뇌 전이 유방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에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뇌 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3b/4상 ‘데스티니-브레스트(Destiny-Breast)12’ 연구 결과가 공개됐는데, 1차 지표로 삼았던 뇌 전이 환자의 무진행 생존율(PFS)이 12개월 기준 61.6%였다. 엔허투를 투여하자 전이가 안정적인 환자의 PFS는 62.9%, 활동성 전이 환자 PFS는 59.6%로 두 그룹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객관적 반응률(ORR)의 경우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62.7%, 뇌전이 환자에선 51.7%로 나타났다.
발표를 맡았던 낸시 린 다나파버 암센터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최대 50%가 질병이 진행되는 동안 뇌 전이를 경험한다”며 “이번 데이터는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두필루맙)도 근육 침습성(MIBC) 방광암에서 최초의 면역항암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MIBC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NIAGARA’ 연구에 따르면, 추적 관찰 42.3개월 동안 임핀지를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사건 발생 또는 사망 위험이 대조군 대비 32%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생존율 역시 임핀지군이 대조군 대비 25% 연장됐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에서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이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항암화학요법 병용보다 내성 억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EGFR 변이 진행성 NSCLC 환자 858명를 대상으로 한 MARIPOSA 연구에서 내성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투여 받은 환자에서 간세포성장인자(MET) 변이가 증폭된 경우는 4.4%로, 리브리반트와 항암화학요법 병용(13.6%)에 비해 낮았다. 2차 EGFR 저항성 돌연변이 또는 소세포 형질 전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렉라자 병용 투여군이 0.9%로 대조군(7.9%)과 비교해 낮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