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용도변경’, ‘불법 증축’ 등 불법 개조 건축물이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24만채을 넘어서는 등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은 불법건축물 양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근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불법건축물은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사라지지 않고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12만8393채 △2020년 6만330채 △2021년 5만2795채 △2022년 4만8754채 불법건축물이 적발됐다. 주된 적발 사유는 무허가·신고 건축, 용도 변경 등이 이유다. 국토부는 매년 수만건의 불법건축물을 적발하지만 2022년 기준 전국에 13만6505채의 불법 건축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건축물 유형은 ‘무단 용도변경’, ‘불법 증축’, ‘불법 내부구조 변경’, ‘불법 내부설비 변경’ 등을 의미한다. 임대수익을 위해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무단 용도변경 하거나 방 쪼개기를 통해 주택을 소형화하는 경우가 속한다.
현행법상 건축법을 위반해 허가권자인 지자체의 시정 명령을 받고도 주어진 기간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건물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무단으로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 변경해도 이행강제금 납부 대상이다. 그러나 불법건축물은 단속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이행강제금이 임대수익보다 높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불법건축물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성하고 있는 점이다. 불법건축물의 양성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연구원은 불법건축물 중 다세대주택 86.4%, 연립주택 76.1%가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은 2019년~2022년 다세대‧연립주택에서 발생한 임대차 거래 94만건 중 15만6000건(16.7%)가 불법 건축물에서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불법건축물 거주 중인 일부 세대는 불법 개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거주하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 제도에서 불법건축물을 임대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료와 임대 기간 등만 규제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 속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불법건축물 피해자 A씨는 “건축주, 임대인, 부동산에서 1금융권 대출이 나온다며 가계약서 작성을 유도했다”며 “은행 대출 거부로 인해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계약 만료 직전에 깡통 전세와 불법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불법건축물 근린생활시설 피해자인 김모씨는 전세 사기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씨는 “전세 사기를 당했으나 임대인이 사망해 경매를 준비하고 있는데 불법건축물 등록 시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치 않는 집을 살기 위해 매입하는 것인데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이행강제금은 건물을 불법 개조한 건축주가 아닌 해당 건축물의 소유자에게 원상복구 때까지 부과된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불법건축물 양성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총 10건이 발의됐다. 상세한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불법적으로 개조된 주택 등 건축물에 대해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양성화해 주자는 게 골자다. 다만, 불법건축물 거주 중인 세입자의 주거권은 확보할 수 있으나 불법건축물이 양성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는 불법건축물의 양성화보단 단속 강화를 통해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생활형숙박시설 같은 경우 2년 유예 기간을 주긴 했으나 갑자기 소급 적용하며 용도변경이 어려웠기에 법을 풀어줄 이유가 있다”면서도 “편의를 위해 법을 어기고 세대수를 늘린 불법 건축물을 양성화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불법건축물은 말 그대로 ‘불법’이다”며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만일 불법건축물을 양성화할 경우, 처음부터 그걸 노리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불법건축물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계약한 경우 매도자와 중개업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