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겉돌이’(아웃사이더)가 있다. 어쩌다 보니 서로의 사생활을 알게 된 스무 살 새내기 흥수(노상현)와 재희(김고은)는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친구가 됐다. 자신을 숨기고 싶은 흥수와 자유롭게 살고 싶은 재희는 공감대를 키워가며 가장 친한 사이이자 서로의 안식처가 돼 간다. 모난 정 같은 처지도 함께라면 괜찮던 두 사람. 머리 쓰지 않고 살아가던 이들은 그토록 바란 세상과 사랑의 울타리로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을까?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흔히 아는 사랑 이야기와 궤를 달리한다. 포스터 속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아닌, 이들이 펼치는 각각의 사랑을 담아낸다. 우리네가 편견을 갖고 흔히 하는 착각처럼, 극에서 재희와 흥수 역시 세간의 오해를 잔뜩 받는 처지다. 세상 사람들은 두 사람이 동거 중이라며 사귄다거나 둘 사이에서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뒷말을 해댄다. 재희와 흥수도 이런 험담이 오가는 걸 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산다.
재희는 머리 굴리지 않고 자유롭다. 남이 뭐라 하는 건 그에게 큰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은 재희에게 사랑이란 삶의 동력이다. 그는 사랑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거절도 못 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사랑을 외부로 표출하는 재희와 달리 흥수는 제 사랑을 숨기고 싶다. 사랑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어떤 게 사랑이고 아닌지 그는 도통 모르겠다. 반면 재희는 눈치보고 계산할 시간에 연애를 한다는 연애지상주의자다.
영화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 속 청춘의 단면을 비춘다. 동시에 소수자가 흔히 직면하는 ‘아웃팅’(자신의 성 정체성을 원치 않게 공개 당하는 것) 공포에도 접근한다.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장면 사이 적절한 속도감을 비롯해 인물의 감정에 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슬픈 장면이 아님에도 캐릭터의 상황과 그가 느낄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명해 눈물이 왈칵 치미는 순간도 있다. 어느 순간 영화 속 세계에 이입되자 재미는 더욱 배가한다.
웃을 만한 장면도 여럿이다. 코미디를 살려내는 배우들의 능청맞은 연기 덕이다. 김고은은 재희 그 자체가 된 듯 날아다닌다. 그가 아닌 재희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힘껏 불어넣는다. 코를 찡긋하며 웃을 땐 절로 따라 웃게 되고, 억울하고 분해서 입을 삐죽일 때면 그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마구 치민다. 노상현의 표현력 역시 뛰어나다. 우직하게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숨은 섬세한 표현력이 도드라진다. 두 배우의 연기 합도 좋다. 웃음과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교차하며 몰입감을 매 장면 드높인다.
두 배우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왔을 관객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다 보면 태생적 ‘겉돌이’들의 사랑과 성장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 이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방식이 곧 ‘나’다워지는 과정과 같아서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매력이 강력한 덕에 볼수록 영화 속 인물들과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누가 보더라도 후회 없을 선택이 될 만하다. 올가을 최대 복병이 될 만한 영화가 나왔다. 상영시간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10월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