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캐리어’라면 고용 안정성도 최대겠죠? [취재진담]

‘메가 캐리어’라면 고용 안정성도 최대겠죠?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09-25 06:54:50

지난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이후 4년이 흘렀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이른바 ‘메가 캐리어’로 불리지만, 아시아나항공 현장에서는 필수 인력들이 미래 불확실성으로 자발적 퇴사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업계는 주로 승무원,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 운항 필수 인력이 80%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지연 등 미래 불확실성으로 아시아나항공에서 퇴사자가 증가한다면 이는 곧 항공 운항 필수 인력이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회사 직원(해외 현지 직원 제외)은 788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162명에서 약 280명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8000명 밑으로 떨어진 건 2006년(7767명) 이후 18년 만이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기 직전 해인 2019년(9155명)부터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4년 만에 1300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자회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LCC 업계에서 퇴사한 관계자는 “최근 이직하게 됐다. 합병이 되기 전까지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도 없고, 고객 유치를 위한 사업에도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논의하던 것들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내부에서는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의 신입 채용 모습도 사뭇 다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신입 객실승무원 150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반면 지난 8월 5년 만에 신입 객실승무원 채용에 나선 아사아나항공은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채용 규모가 40~50명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식적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6% 증가한 1조735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2분기 중 최대치다. 반면 기록적인 매출액과 달리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300억대 영업적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49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11.3% 오른 3조3685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 62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자생력’을 이유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약속은 현 아시아나항공 직원뿐만 아니라 미래 항공 산업을 이끌 이들을 위해서도 지켜져야 한다. 

승무원 취준생 이민희(가명·23)씨는 “아시아나 승무원 직군에 지원했다. 어느 때보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자리를 잃을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 취준생이 얼마나 될까. 합격하면 해고하기 어려울 것이라 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항공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성민(24)씨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두 항공사의 합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보다 합병으로 향후 취업 시장에서 채용 인원이 확대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크다’는 뜻의 메가. 두 항공사의 합병이 ‘메가 캐리어’로 가는 중이라면, 현 항공 필수 인력들과 미래 항공 필수 인력 모두 태워야 할 것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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