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24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들은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 수순을 밟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지는 대로 바로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3개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해 정부로 이송했다.
김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7월 채모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내용이다.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의무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 3개 쟁점법안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예고해왔다. 거부권 행사 기한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다. 윤 대통령은 이들 3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안을 재가할 경우, 김 여사 특검법은 이번이 두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은 세 번째 재표결이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김 여사 특검법, 5월과 7월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은 모두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 법안은 총 24건으로 늘어난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본회의 재표결 수순을 밟는다. 재의요구 법안은 국회 재적인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가결된다. 300석 의석 가운데 여당이 108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가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다음 달 4일 또는 5일 본회의를 열고 곧장 재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총선 공천 개입 의혹(선거법 위반)’ 공소 시효 만료 시점이 다음 달 10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일정이다.
특검법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도 치열해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여당 내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다. 야권 총 192석이 모두 특검법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여당 내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법안이 가결될 수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야당의 악법 횡포를 막아내는 것은 집권 여당의 책무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쳐 (법안들을) 폐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면 할수록 죄를 지었기 때문에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심증이 강화되고 그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즉시 특검을 수용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을 다음달 11일 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표결 운영은 국회의장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에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돼 있는 이슈가 있고 선거법 공소시효가 다음 달 10일까지이기에 그전에 법이 공표되든 되지 않든, 가결되든 부결되든 확정을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