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위기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하며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최 회장은 2일 오후 3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고려아연이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 처하게 돼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및 국민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정을 통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1주당 83만원에 320여 만주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고, 향후 자사주를 소각하는 안건을 의결·공시한 바 있다. 법원이 고려아연에 제기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즉각 대항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과 함께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4300억원을 들여 공개매수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2.5%에 해당하는 약 51만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고려아연·베인캐피탈의 합산 공개매수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18%인 약 372만주로, 전체 금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분쟁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 회장은 “이러한 결정은 고려아연 이사회 및 경영진들이 현재 상황 및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친 결과”라며 “저희의 이러한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은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여러분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번에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확고히 높이겠다”면서 “이는 금번 사태로 초래된 자본시장의 혼란과 회사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수습하고자 결정된 것이며,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에 부합하는 ‘밸류업’ 전략을 통해서도 고려아연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제가 지금 고려아연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는 제가 고려아연의 주주여서도 아니고 제 성이 ‘최’씨이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지난 50년 동안 이들이 탐내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포함하는 전체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적대적 M&A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등 정당한 방어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 및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의 뜻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영풍에 대한 언급도 이어갔다. 최 회장은 “영풍 또한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면서 “영풍은 자신들의 가장 우량한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게 넘기려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대적 M&A에 가담해 이용당하며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게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재원으로 하여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영풍의 장형진 고문님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제안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이 발표한 자기주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1주당 83만원에 취득한 자기주식이 공개매수 종료 후 이전 시세로 회귀하면, 처분 시점에 손해가 발생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어 영풍은 자기주식 목적 공개매수 절차에 찬성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상대로 형사고소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