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5만원선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변곡점인 3분기 실적발표가 다가왔음에도 ‘어닝쇼크’ 우려에 목표주가 하향이 이어져서다. 다만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기술적 반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향후 흐름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66% 오른 6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이후 4거래일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났으나 9월초 기록한 7만4400원 대비 18% 급락한 수준이다. 전날 장중에도 개장 직후 5만95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연중 고점인 8만8800원과 비교하면 32.09% 내려갔다.
최근 주가 하락을 견인한 요인은 외국인들의 집중 투매가 주요했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8조729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9조506억원을 순매도해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3분기를 기준으로 외국인은 무려 7조939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액인 8조9046억원의 90%에 해당한다.
주가 부진이 길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함께 떨어졌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내 보통주 시가총액 비중은 18.61%로 집계됐다. 우선주와 합한 시총 비중은 20.72%로 이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당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보통주 18.05%, 우선주 포함 시 20.32%에 불과했다.
특히 주가 흐름에 중대한 빅 이벤트인 3분기 잠정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실적발표가 다가올수록 컨센서스를 내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예상치는 6개월 전 10조7394억원에서 지난 6일 기준 10조7717억원으로 줄었다. 아울러 지배주주순이익도 9조9886억원에서 9조94770억원으로 하락했다. 실적 발표가 다가올수록 시장 기대감은 낮아졌단 얘기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냉랭하다. 지난 8월초 이후 삼성전자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24곳 가운데 19곳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보고서 발간 증권사의 합산 목표주가 증감률은 -11.30%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내놓은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감률은 -28.33%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평가는 반도체 업황 고점론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넘긴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3e 양산 퀄 테스트(품질 검증)에 대한 거듭된 실망감, HBM 공급 과잉 우려, 낸드 업황 악화, 파운드리 수주 부진, 3분기 실적 우려 등이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밑도는 스마트폰 수요, 구형 메모리 수요 둔화, 전 분기 대비 확대된 비메모리 적자 폭, 경쟁사 대비 늦은 HBM 시장 진입 등 반도체 부문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삼성증권에 대해 국내 증권사보다 박한 진단을 내린다. 맥쿼리증권은 지난달 25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대폭 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인 중립으로 하향했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우려 크다는 게 맥쿼리 측 분석이다.
다만 일부 투자업계에서는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상회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실적 전망 대비 극심한 저평가된 주가 수준이다. 역사적 저점권까지 근접한 한국 반도체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반작용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