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가 국정감사에 불출석하자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야당이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발부한 동행명령장은 사흘 간 총 6건에 이른다. 국정 전반을 감시·견제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본연의 기능 대신 여야 간 정쟁으로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행안위는 이날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김 전 의원과 명씨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의결했다. 표결 결과 재석 위원 22명 중 찬성 14명, 반대 7명으로 가결됐다.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관련법에 따라 해당 상임위의 의결을 거쳐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가 동행명령장의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앞서 행안위는 국감 일반 증인에 김 전 의원을 비롯해 명씨, 강혜경 전 김영선 캠프 회계 책임자,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등 인사를 채택했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김영선·명태균씨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날 국감에 불출석했다. 강씨는 행안위가 아닌 법사위·운영위 국감 증인 출석 희망을 불출석 이유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이들은) 대통령실의 국회의원 선거 개입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핵심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며 “최근 법원의 판결로도 알 수 있듯 수사 중이라도 선서와 증언거부는 할 수 있지만, 증언거부를 할 수 있는 전제가 될 뿐 증인 출석 거부 자체에 대한 정당한 이유에는 해당한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채현일 의원도 “명씨가 ‘대통령 탄핵, 하야’라는 말을 내뱉어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상하게 조용하다”며 “떳떳하다면 이 자리를 통해 사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정현 의원도 “명씨는 불법 여론조사를 활용해 지난 대선 시기 윤 대통령 부부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김 전 의원은 명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청탁해 보궐선거의 공천을 받았다”며 “두 사람은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전말을 밝힐 핵심 인물로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강씨를 비롯해 증인 5명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선·명태균만 증인으로 출석시키려고 한다”며 “두 명의 거주지가 경남 지역이라 오늘 동행은 물리적으로 어려운데, 민주당 입맛에 맞는 두 명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형평성에 맞는 동행명령장인가”라면서 “강씨는 왜 본인 입맛대로 행안위는 오지 않고 법사위·운영위는 오겠다고 하는 것인가, 이분에게도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라”고 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동행명령제도라는 것이 현실에 적용되는 것을 처음 봤다. 처음 보고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이렇게 가버리면 정말 정쟁용 국감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동행명령장 발부안 가결 직후 국회 직원들을 불러 동행명령장 집행을 지시했다. 김 전 의원과 명씨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로 이날 오전까지 이번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총 6건이 됐다. 공휴일인 지난 9일을 제외하면, 국감 시작 3일 만에 지난 21대 국회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장 전체인 5건(국정조사·청문회 등 제외) 기록을 갈아치웠다.
행안위는 지난 7일에도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이승만 공동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난 7일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임무영 변호사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8일에는 법사위와 교육위원회가 각각 ‘장시호 모해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김 여사 논문 대필 사건 관련자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