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경복궁에서 출토된 주요 문화유산인 ‘박석(薄石)’ 230점을 부실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석은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경복궁 근정전, 종묘 월대 등의 바닥재로 쓰였던 얇고 넓적한 돌을 말한다.
12일 쿠키뉴스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발굴돼 치목장으로 이전 보관된 박석 230점 중 201점은 경복궁 내 화장실 입구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유산청은 박석 발굴 이후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어도(왕이 다니기 위해 박석을 깔아놓은 도로) 복원 시 재사용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6월 궁릉유적본부 자체감사 당시엔 박석의 존치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유산청은 임 의원실에 “과거 공사에 썼을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박석이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고 답변했으나, 의원실 조사가 시작되자 돌연 “지난 2016년 201점을 화장실 정비에 사용했고 현재 56점이 경복궁 내에 보관되어 있다”고 말을 바꿨다.
확인 결과, 박석 201점은 경복궁 후원 영역에 조성된 향원정 옆 화장실 입구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석 관련 공사를 시행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현상변경허가를 받고 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복궁 관리소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복궁 내 보관 중인 박석도 건축 폐기물 수준으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을 살핀 결과, 경복궁 협생문지에서 출토됐다고 하는 박석에는 곳곳에 시멘트 덩어리들이 묻어 있었다.
박석은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재 채취가 되지 않아 절대적으로 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04년엔 종묘 관리사무소 신축공사 도중 크레인이 박석을 파괴했던 사건이 일어나자 유홍준 청장은 대국민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지난해 김해시에선 구산동 지석묘 주변 박석을 무단으로 들어내 감독업무에 소홀한 공무원 6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고 형사고발 됐다.
임오경 의원은 국가유산청의 업무 소홀을 지적하며 “박석 관련하여 명확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조사해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