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개인 간 거래) 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 미 정산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발목 잡힌 금액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제3차 코스콤 규탄 집회 현장에서 만난 투자자 A씨는 “앞으로 회자될 만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며 “온투법에 허점이 많은데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에 차주정보를 한정적으로 고지해 실제 투자자가 오해하게끔 만드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소상공인 매출채권을 담보로 선 정산 대출을 취급했다. 수익률이 타사보다 높고 자금 회전이 빨라 투자자가 금세 몰렸다. 사태는 지난 8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인 루멘페이먼츠가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피해금액은 최소 720억원에서 많게는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온투법은 또한 P2P 상품 투자 시 정보 비대칭성을 경고하고 있다. 필요 시 P2P 업체에 정보제공을 요구해 충분히 검토한 다음 투자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크로스파이낸스는 차주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차주정보를 ‘일부’만 공개했다. 피해자들은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주주(2대)인 코스콤을 등에 업고 거짓말을 했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크로스파이낸스는 코스콤 사내벤처로 시작한 업체로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는 게 전언이다.
A씨는 “사태가 지금 터졌으니까 800억원이지,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많은 인원이 몰렸으면 (피해액이) 1조원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폰지(다단계금융사기)에 가까운 사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이거(사기)를 누구나 할 수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저희 사고 금액이 좀 큰 건데, 영세 업체들도 계속 터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문제가 심각한데도 감독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사채라는 음성지대를 법으로 양성화시켜 놓고도 정작 관리, 감독을 안 하는 현실이 저희로선 아쉽다”라고 전했다.
앞서 금감원은 사태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고 현재 후속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가 이뤄졌고, 결과를 정리하고 쟁점사안을 검토하는 등 후속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위법사항이 나오면 제재심의를 열고 절차를 진행하는데 사실관계를 입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그 부분을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법 허점에 관해선 “모든 제도는 개선 여지가 있기 마련”이라며 “현행법 상 온투업자는 차주 리스크를 잘 평가해야 하는데,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봤을 땐 평가를 잘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온투는 은행보다 차주 리스크가 높고 그에 맞게 금리도 높은 업권”이라며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가 얻은 정보가 과연 그 리스크에 상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는가, 회사는 차주 정보를 충분히 인식하게 투자자에게 알릴 수 있었나를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피해자들은 코스콤이 크로스파이낸스 상장을 추진하는 등 경영에도 관여했으므로 주주로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 코스콤은 “상장을 추진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책임론에 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답했다. 본지는 1대 주주인 인지그룹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크로스파이낸스 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본점을 축소, 이전했다. 이 회사와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루멘 대표는 사기혐의로 현재 구속 기소됐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