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병군의 러시아 전선 이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과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강력대응을 시사했다. 미국은 북한군을 상대로 무기사용 제한을 풀겠다는 경고를 남겼다. 북한은 최선의 북한 외무상을 러시아에 파견해 갈등국면이 커지고 있다.
北 파병군 전선 이동 가능성…북·러 30일 대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북한군 선발대의 러시아 전선 이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부총참모장의 움직임이 북한 파병군의 전선 이동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파병 수는 1만900여명으로 알려졌다. ‘폭풍군단’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현대전 경험이 없어 미지수지만 전력을 낮게 볼 수 없다는 평가를 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29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 당국자와 회담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후 최 외무상이 방문한 만큼 회담 내용에 대해 시선이 몰리고 있다.
尹 “북·러 야합 좌시하지 않아”…EU “北 파병 강경 대응”·美 “무기제한 해제”
북한의 러·우전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러·북의 위험한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6·25 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러우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 북한군에 습득시키면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며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긴밀히 소통하겠다. 우리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에 대표단을 급파해 우리 정보를 우방국과 공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EU에서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나섰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등에서 정·재계 교류 일정을 소화하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헝가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강력히 대응하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무기제한’을 푸는 강경책을 내놨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최전선으로 이동한다면 러·우전쟁의 공동 교전국이 된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中 북·러 군사 위기에 ‘침묵’ 선택
북·중·러 3각 연대 중 하나인 중국은 ‘침묵’을 선택하고 북한·러시아와 간격을 벌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당사자들이 국면을 완화하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며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파병’ 문제를 논의했냐는 물음에도 “관련 사항을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는 북한이 현재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자구책으로 러시아 파병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은 대선, 유럽의 경우 동부전선 문제로 북한의 참전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침묵은 국제 제재 부담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북한 3대 세습은 주체사상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한국의 한류 등이 유입되면서 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파병을 통해 자금을 획득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한 두 국가론 역시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이상 효과는 없다”며 “미국과 EU로서는 ICBM을 가진 북한의 참전은 전면전의 개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선 전까지 최대한 참고 있었지만 북한의 참전을 좌시할 수 없어 강경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은 동부지역의 확전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끼어 국제 제재를 받는 게 부담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