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 추진 절차를 진행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한동훈 대표가 당정 쇄신을 위해 꺼낸 카드에 친윤·친한계를 막론하고 전원 동의하면서, 갈등은 소강 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국회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한 국회 추천 절차를 당론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진행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별도의 표결 절차가 없었다. 한 대표가 먼저 특별감찰관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추 원내대표가 표결 없이 결정하자고 제안함에 따라 의원들이 박수로 전원 동의를 표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시점에 우리 당이 단합해서 함께 가야 한다, 단일대오를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 힘을 모으자는 말씀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직책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지만, 지난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뒤 사퇴하면서 8년째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하면서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불거진 이후 특별감찰관 임명을 공개 요구해왔다. 김 여사 리스크 관리 및 야당의 특검 공세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선제적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친윤계와 친한계는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으로 놓고 대립했다. 친윤계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와의 연계 필요성 등을 이유로 당 차원의 특별감찰관 추진을 반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추천을 전제로 특별감찰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특히 당정은 김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 윤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 경신,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공세 등으로 수세에 몰린 상태다. 여권 내부에서 ‘이러다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내홍 빌미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이자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인 정성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특별감찰관 추진을)약간 우려하는 이야기도 (의원총회에서) 나올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같이 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여권을 뭉치게 요소로 거론된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5일에는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위증 교사로 금고(禁錮)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다음 대선에 나오지 못한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향후 대권 가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감찰관 관련 발언을 삼가고,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자해 마케팅으로 판사를 겁박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심 판결이 가까워질수록 이 대표와 민주당 선동도 극에 달하고 있다”며 “본인의 범죄 방탄을 위해 무법천지의 사회적 대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