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유통가도 긴장하고 있다.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형성되면서 소비 침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증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425원을 돌파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16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1429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2년 10월 26일(1432.40원) 이후 최고치다.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2차 계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탓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움직임과 투자심리에 따라 시장이 움직였다”며 “오는 7일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고됐으나 2차 계엄준비설, 국회의원 구금시도설 등 소문들이 확산하며 조기 표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상황에 환율 상승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연말 소비심리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나 금리에 대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고환율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국내 미진한 소비경기까지 합세한다면 연말 국내 소비진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높아진 환율로 인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해외직구 수요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또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0월 국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8% 감소했으며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환율 불안정으로 인해 유통 시장에서는 면세업계가 받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들은 달러를 기준으로 면세품을 판매하는데,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상품 원가도 덩달아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따이궁) 감소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들의 내·외국인 합계 매출은 약 1조1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합계 매출액인 1조3300억원보다 약 16.4%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미국·영국 등의 국가는 비상 계엄 이후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 투숙률 하락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계엄령 충격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져 내수 시장의 변동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대내외적 정세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 등의 잠재적인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