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을 공동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헌법적 근거가 없는 위헌적 행태”라는 헌법학자들의 주장들이 잇달아 나왔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것들을 교묘히 피하는 편법적 행태를 보인다는 해석부터 국가기관이 아닌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공동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까지 헌법학자들의 다양한 법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학자인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인 국정 공동운영’ 방안은 완전한 편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헌법의 어떠한 절차나 규정에도 나와 있지도 않은 것이다. 그 자체가 초헌법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우리 헌법 체제 안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현재 직무 정지 상태도 아닌데 총리와 여당 대표 두 사람이 ‘식물 대통령’ 대신 정국을 이끌고, 야당과 협의하며 나간다는 게 편법”이라며 “개인적으로 1987년 노태우의 6·29 선언이 연상이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스스로 비상계엄이 반헌법적·위헌적인 행위라는 점을 인정했다. 또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요구했으면서도 정작 탄핵안 표결 참여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것이 모순”이라며 “찬성이든 반대든 의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겼어야 했다. 의사진행을 방해한 사실이 있으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김병록 조선대 법대 교수는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공동 행사한다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당 대표인 한동훈 대표가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권한을) 같이 행사하겠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당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정확히 민법상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 국가기관이 아니다”며 “그러한 정당의 대표가 위헌적인 계엄을 발동했다고 비판받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설명을 요약하면 정당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후보자를 공천하는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정당은 국가기관은 아니고, 그 정당의 대표 역시 국가기관은 아니기에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공동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헌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소위 국무총리의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하는 것이 국회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에 불과하기에 더더욱 권한대행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은 (헌법학계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 총리와 한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사고’나 ‘궐위’에 해당하는 때밖에 없다”며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부결된 현재 상황에서는 질병으로 인한 장기 입원이 유일한 ‘사고’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한 총리와 한 대표가 헌법상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대통령의 권한을 나눠서 행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