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세임(가명·56세)씨는 얼마 전 신장암을 진단 받고, 부분 절제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의사는 개복술에 따른 장기 손상과 부작용을 줄이려면 ‘로봇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로봇수술은 보험 적용이 안 돼 1200만원 이상 돈이 든다. 항암, 방사선 등에 들어갈 추후 치료비가 걱정된 최씨는 개복술을 선택했다.
최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등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 로봇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소 침습과 부작용 감소를 입증한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최적의 수술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대부분의 로봇수술은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상자를 선별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외과 수술의 표준이 개복술과 복강경술에서 로봇수술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 수술에서 로봇 보조술의 비중이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립선암 관련 통계에 따르면, 비급여 로봇 전립선 적출술이 전체 수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급여 수술(개복술) 환자는 해마다 줄고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강남차병원의 경우 지난해 산부인과 로봇수술 5000례를 달성했으며, 이 중 절반이 20~30대 미혼 여성이었다.
로봇수술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한다. 로봇 팔은 360도 회전이 가능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조작을 할 수 있으며, 내장된 카메라는 수술 부위를 최대 10배 확대해 시야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최소 절개로 수술이 이뤄지며 흉터, 염증, 통증 같은 부작용을 덜 수 있다. 수술의 정확도를 높인 만큼 장기 절제 시 위험도도 감소시킨다. 또 수술 시간이 단축돼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출혈과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소속 연구진이 로봇수술 시스템 기업인 인튜이티브와 공동으로 수행한 메타분석 결과, 로봇수술은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 위험이 개복술 대비 44%, 복강경술 대비 10% 낮았다. 30일 이내 사망률도 개복술에 비해 46%, 복강경술보다는 14%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입원 기간은 개복술, 복강경술 대비 각각 1.9일, 0.5일 짧았다. 반면 수술 시간은 각각 40.9분, 17.7분 더 길었다.
조치흠 계명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산부인과)은 최근 오송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50% 이상의 수술이 로봇수술로 진행될 것”이라며 로봇수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연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요즘 환자들은 수술 후 흉터 없는 단일공 로봇수술을 선호한다”면서 “산부인과 개원의들도 이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용 문턱이 높다. 급여가 적용되는 개복술이나 복강경술과 달리, 로봇수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3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비용이 소요된다. 실손 보험을 적용할 수 있지만 보장 범위가 다르며, 보험을 가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도 있다.
중증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저소득층은 더 나은 수술을 선택할 기회가 없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로봇수술의 급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형우진 대한내시경복강경로봇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2000년대 초반엔 로봇수술 건수가 급증했지만 최근엔 정체되고 있다”라며 “주된 원인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대연 회장은 무분별한 급여 적용보다는 적정 환자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2시간 수술을 1시간 만에 끝낸다고 해서 좋은 수술은 아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데 그때마다 급여를 추진한다면, 나중엔 환자에게 더 좋은 로봇수술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로봇수술의 이점을 살려 적절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와 지원체계를 잘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로봇수술 기술에 대한 산업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형우진 이사장은 “새로운 기술이나 기구가 환자들을 얼마나 더 편하게, 또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주느냐에 대한 근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산업계 투자가 늘어야 제대로 된 기술이 도입돼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